[의대증원 파장] 연봉 올려도 지원 '0명'…의사 구인난 서울 시립병원


직영병원 수년째 정원미달
개원·봉직의와 연봉 격차 커
통합→종합병원급 신설 의견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공공병원 역할이 한층 커졌지만 서울 시립병원은 매년 정원 미달로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공공병원 역할이 한층 커졌지만 서울 시립병원은 매년 정원 미달로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립병원 의사들의 기본 연봉액을 대폭 늘렸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직영 시립병원인 서북·은평·어린이병원의 의사 수는 정원 대비 각각 14명, 9명, 5명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의와 일반의, 인턴, 레지던트를 포함한 수치다. 2022년에는 각각 11명, 9명, 5명 미달이었다.

시는 의료인력 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시립병원 의사들의 평균 기본 연봉을 1억4650만6000원으로 인상했다. 2019년 7856만2000원, 2020년 8273만5000원, 2021년 9130만1000원, 2022년 9701만6000원에 비해 대폭 증가한 액수다.

하지만 지원자는 여전히 채용인원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임기제 의무5급인 시립병원 의사는 시 인재개발원 정기채용과 병원 자체공고를 통해 선발한다.

최근 3년간 시 직영 시립병원 정기채용 현황자료에 따르면 서북병원과 어린이병원 지원자는 2022년과 지난해 모두 0명이었다. 은평병원은 지난해 정기채용·자체공고 모두 지원자가 없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의료원을 찾아 권역의료센터, 심혈관의료센터 등을 둘러보고 박현경 서울의료원 공공의료본부장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서울시

오 시장은 28일 서울 주재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서울에 공공의료기관 8개가 있는데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으로 취임한 2년 전부터 꾸준히 처우를 개선해 상당히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했는데도 지원자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개원·봉직의에 비해 공공의사의 업무강도가 높고 처우가 열악하다는 점이 꼽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종합병원 봉직의 평균 임금 소득은 19만5463달러(약 2억6000만원)로 OECD 회원국 봉직의 평균 임금 소득의 1.8배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료계 집단행동이 발생하면서 빈자리가 더욱 크다. 시는 전공의 공백이 큰 시립병원을 중심으로 대체인력을 충원할 인건비를 긴급 편성했지만 채용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이렇게 만성적인 시립병원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평·서북병원을 서울의료원처럼 종합병원으로 통합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평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서북병원은 노인·치매질환 특화병원이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지난달 25일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던 공공병원을 방치하다 이제와서 부탁과 격려를 남발하는 행태는 후안무치하다"고 지적했다.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특히 정신건강의학과는 개업을 하면 상담 수익이 많아 공공병원으로 유인이 어려울 것"이라며 "마포 문화비축기지와 같은 곳에 제2의 서울의료원을 만들면 의사들이 일반진료도 볼 수 있어 협진도 수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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