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2000명 확대 속도…"전공의 10명 다른 병원 중복근무"


의대 정원 배정 심사위원회 첫 회의, 비공개 방침
모든 전공의에 진료유지명령…휴학 신청 의대생 7000명 육박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자로 모든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정부가 집단 이탈한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의 반발에도 의대 증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든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병원을 떠난 전공의 중 일부는 다른 의료기관에 중복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현재 모든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이 내려진 상태"라며 "의료법 제59조 1항에 따른 복지부 장관의 진료유지명령이 유효하므로 모든 전공의는 진료 업무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수련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이기 때문에 사직이 제한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공의들은 민법 660조를 근거로 한 달이 지나는 오는 19일이면 사직서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정부는 민법 조항이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판단, 수련기간이 정해진 전공의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 실장은 "전공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복귀해서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야 한다"며 "행정처분이 이뤄지더라도 기간이 지나고 나면 전공의 신분이 계속 유지된다. 복귀해 수련을 계속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법 661조에는 고용기간 약정이 있어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는 지적에는 "정책에 반대해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10명 이내의 전공의가 다른 의료기관에도 중복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공의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의수련규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고 수련병원 외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하거나 겸직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 실장은 "수련 중인 전공의가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다른 병원에 겸직 근무하는 경우 수련 규칙에 따라 수련병원장에게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타인 명의로 처방전이나 진료기록부를 작성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처벌될 뿐만 아니라 전공의를 고용한 개원의도 형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까지 다른 의료기관에 등록된 전공의들이 실제 환자 진료에 투입돼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거나 타인 명의로 처방전을 낸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 실장은 "현재까지는 중복으로 등록돼 있다는 정도만 파악됐다"며 "이에 대한 조치 등은 조금 더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 기사 내용과 무관 /이새롬 기자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분을 학교별로 배분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정부는 이날 의대 정원 배정 심사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 2000명 증원분을 지역별·대학별로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할 방침이다.

전 실장은 "배정위원회는 각 대학의 제출사항과 교육 여건을 점검하고 배정기준안인 비수도권 의대와 대학병원의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 구축과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서의 중추 역할을 제고하고 소규모 의대의 의학교육 여건 개선 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어 "2025년 의대 증원을 위한 후속 절차들이 늦어지지 않도록 대학별 의대 증원 배정을 마무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배정위원회에는 교육부와 복지부, 의료계 전문가 등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참가 위원 정보와 회의 시간, 장소, 내용 등은 모두 비공개하기로 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여전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누적 682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대 재학생의 36.3%에 달한다. 전날 하루에만 8개교에서 771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847명 이후 19일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정부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파견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법적보호도 강화하기로 했다. 전 실장은 "공보의는 파견된 의료기관의 정규근무인력과 동일한 법적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책임보험에 가입한 의료기관에서는 공보의도 가입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른 보험료 추가분은 정부가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보의가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주 80시간의 범위에서 주 40시간을 넘겨 근무하거나 해당 의료기관의 규정에 따라 주말·야간근무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특별활동지원비와 지원외수당, 숙박비, 일비, 식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4주간 전국 20개 병원에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을 파견했다. 각 병원에 파견된 이들은 하루 내지 이틀의 짧은 교육만 받고 현장에 투입됐으며, 법적 보호 책임을 병원에 맡겨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정부는 오는 25일까지 공보의·군의관 포함 250여명을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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