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료공백 차출' 공보의 법적보호는 민간 떠넘기기…복지부 지침 논란


'주 80시간 근무, 의료사고 대응은 병원' 명시
공보의협의회 "파견 명한 중수본이 책임져야"

정부가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파견한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명시하고 법적 책임을 병원에 전가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내려보낸 사실이 14일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인사하고 있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정부가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파견한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명시하고 법적 보호 책임을 민간이 대부분인 병원에 맡기는 내용을 뼈대로 한 지침을 내려보냈다. 80시간 기준이 법적 근거가 모호하고 공무원·군인 신분인 이들의 의료사고 대응을 정부가 아닌 병원에 넘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의사 집단행동 대응 대체인력(공보의·군의관) 지원·운영 지침'을 배포했다. 지침에는 '근무기관에서는 의료 사고 등에 대비, 대체인력도 의료기관 소속 의사로 간주해 소속 의사에 준하는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고 명시돼 있다. 보험에 가입된 병원인 경우에는 기존 보험에 중간배서(계약변경)를 하고, 미가입된 병원의 경우에는 파견기간 의료사고를 병원 자체 법무팀에서 처리한다고도 적혔다.

이에 정부 명령으로 파견 나간 공보의·군의관의 공적 책임을 민간 병원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보의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복지부 장관에게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할 것을 명령받아 군 복무를 대신하는 의사다. 보건의료 취약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 지방의료원 등에서 3년간 진료업무를 담당한다. 신분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임기제공무원으로 하며, 복지부나 해당 지자체가 정한 근무기관 소속이다.

공무원·군인 신분인 공보의·군의관의 파견근무 당시 의료사고 책임을 민간 병원이 처리하게 하면서 결국 개인이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회장은 "(공보의 법적 보호를) 대부분 민간이 운영하는 병원 법무팀에 하달했는데, 병원마다 법무팀 역량이 달라 법적 책임을 공보의가 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파견을 명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의사 집단행동 대응 대체인력(공보의·군의관) 지원·운영 지침을 배포했다.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파견한 공보의와 군의관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명시하고, 법적 보호를 민간이 대부분인 병원에 맡기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김영봉 기자

파견 대체인력의 근무조건도 논란거리다. 지침은 근무기관장이 의료인력 상황 및 여건 등을 고려해 주 80시간 이내 범위에서 근무시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연속되는 야간근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에 따라 4주 평균 주 80시간 이내 수련이 가능하다. 반면 2023년도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에 따르면 공보의 근무시간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9조1항에 따라 40시간으로 제한된다.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보의를 졸속 투입한 탓에 전공의법을 그대로 공보의에 적용하면서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공보의는 전공의가 아니다. 주 80시간 근무는 전공의법 외에 없다"며 "전공의는 주 80시간 동안 교육도 받고 각 전문 과에서 배워나가는 단계인데 공보의는 이틀밖에 교육을 받지 않았고 그마저도 1일만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주 80시간 근무는) 과도하게 많이 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무원법을 따라도 시간 외 근무는 월 57시간이다. 공보의가 주 80시간 일한다고 했을 때 월 160시간을 더 일하는 것"이라며 "예외사항으로 최대 100시간까지 가능하다고 적혀 있기는 하지만 꽉꽉 채워서 일하게 하는 것도 문제고, 어느 부서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4주간 전국 20개 병원에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을 파견,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들은 각 병원에 파견, 근무에 필요한 교육을 받은 뒤 전날부터 진료에 들어갔다.

이에 복지부는 주 80시간 이상 근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주 40시간은 기본이고 시간 외 근무를 명하면 할 수 있다. 현재 병원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고 '심각' 단계이니 주 40시간만 근무하라고 하면 도와주라는 취지로 파견을 보낸 의미가 없다"며 "다만 주 80시간 이내로 명시하지 않으면 그 이상도 일을 시킬 수 있어 상한(규정)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법적 보호를 놓고는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발생했을 경우 사실 책임을 개인이 진다. 병원이 파견된 공보의들을 '우리 소속이 아니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족이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며 "정부도 향후 소송이 있다고 하면 법률적 자문 등 법적 지원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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