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전공의 1명=전문의 0.5명' 추진…병원 구조 전면개편


2025년부터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
교수 집단행동 확산에는 "의료법 근거 명령 가능"

정부가 의료기관 의사인력 배치 시 전공의 1명을 전문의 0.5명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 참석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정부가 의료기관 의사인력 배치 시 전공의 1명을 전문의 0.5명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혼란을 '전공의 중심' 병원 구조 때문으로 진단, 이번 기회에 '전문의 중심'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2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전공의 이탈로 생기는 의료현장의 불편은 그동안 전공의에게 지나치게 의존해 온 왜곡된 의료체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해 온 병원 운영구조를 이번 기회에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병원에서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10%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정부는 전문의 배치 기준을 개선하고 전문의 고용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박 차관은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 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2분의 1로 산정하는 등 전문의를 더 많이 고용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내년부터는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전문의 고용을 확대하고 전공의에게 위임하는 업무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박 차관은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를 개선하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확대해 전문의 중심 인력 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의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행태와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1년 단위 단기계약 관행을 개선해 장기고용을 보편화하고 육아휴직과 재충전을 위한 연구년 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가 지원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공의의 어떤 업무를 줄일 수 있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줄이고 늘릴 것이냐 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다음 주에는 전문의 중심 병원 관련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확산을 막기 위해 진료유지명령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차관은 '교수들이 집단사직을 하게 될 경우 교수들에게도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현장을 떠나면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지금 한다, 안 한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검토 중에"이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오는 18일 전원 사직 예고를 두고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교수님들은 정부와 함께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들이 환자의 곁으로 돌아오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 다른 집단사직으로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로서의 소명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교수 사회의 살아 있는 양심을 믿는다"며 "집단사직 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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