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전 의협 회장, 경찰 출석…"의사표명 범죄로 간주한 건 언론자유 침해"


9일 서울경찰청 출석…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이어 두 번째
"전공의 단체·개인 접촉한 사실 없어"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전공의들 집단사직을 교사·방조한 혐의로 보건복지부가 고발한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9일 경찰에 출석했다.

노 전 회장은 이날 오전 9시35분께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일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조사에 이어 의협 전·현직 간부에 대한 두 번째 소환조사다.

노 전 회장은 "대한민국 의료는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들을 가장 손쉽게, 빠르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럼에도 매우 기형적인,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조금 더 일찍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진료 현장을 떠난 의사들을 미워하고 원망하고 비난하고 있다"며 "소수의 의사가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어도 대다수의 의사가 나쁜 마음을 먹기는 어렵다. 많은 의사가 나서서 반대하는 것은 이 정책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회장은 "선배 의사로서 전공의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SNS를 통해 표현한 것 외에 전공의 단체나 개인, 또는 의협과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소통한 사실도 없다. 단순한 의사표명을 범죄로 간주하고 복지부가 경찰에 고발하면서 출장 후 돌아오는 공항에서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같은 정부 모습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을 교사해 병원의 진료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면 병원이 고발하는 게 맞다"며 "정부가 고발한 것은 제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라는 업무를 방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8일 노 전 회장과 주 언론홍보위원장,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 및 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복지부는 이들이 전공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한 것으로 봤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 1일 김 비대위원장과 주 홍보위원장, 박 조직강화위원장, 임 회장을 압수수색했으며, 지난 3일에는 노 전 회장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의 출국금지도 요청했다.

지난 6일에는 주 언론홍보위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 10시간가량 조사를 벌였다. 전날에는 주 홍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실시했다. 의협 직원 2명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오는 12일에는 김 비대위원장과 박 조직강화위원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임 회장은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의협이 이른바 '전공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문건과 관련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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