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한계 다가온다…의료공백 채우던 시립병원 '빨간불'


보라매병원 진료 불가능 과목 12→17개
열악환경에 공공의료 기능 유지 안간힘

전공의 집단사직 상태로 대형병원들이 병동과 응급실 축소 운영에 들어가면서 시립병원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월 22일 오후 보라매병원을 찾아 비상 의료체계 점검을 마친 후, 이재협 보라매병원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서울시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민간병원의 의료공백을 메워온 시립병원들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보라매병원은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중증화상, 산부인과, 뇌출혈수술 등 17개 과목이 인력부족으로 응급환자 진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기준으로는 12개 과목이었다.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민간병원과 달리 병동과 응급실 등은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당연히 의료진들은 피로가 누적된 상태고, 일주일 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일반 공공의료원과 달리 대학병원에 준하는 규모와 구성으로 진료과를 운영하는 서울의료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공의가 근무하는 5개 병원 중 보라매병원과 함께 전공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해 남은 의료진의 피로도가 심각하다.

7일 오후 6시 기준 서울에 위치한 수련병원 47곳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5012명 중 85.8%인 4299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의료원은 전체 의료진 중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35% 수준으로 대학병원 40~45%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부담은 상당하다. 전공의 이탈로 콧줄과 소변줄 삽입 등 업무까지 전문의들이 맡고 있다.

한 시립병원 관계자는 "민간병원은 진료 축소라도 할 수 있다"며 "우리는 축소를 안하고 최대한 시민 건강을 지켜드린다는 취지를 살리려 하는데 여건이 어려운 건 민간병원과 똑같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상태로 대형병원들이 병동과 응급실 축소 운영에 들어가면서 시립병원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2월 21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을 찾은 오세훈 시장(왼쪽)이 이현석 서울의료원장과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시는 시립병원 역량을 총동원, 서울의료원과 동부·서남·서북·은평·북부·어린이·보라매병원의 평일 진료 시간을 기존 오후 6시에서 8시로 연장운영 중이다.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동부·서남병원 응급실은 24시간 유지해 응급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전공의 공백이 큰 시립병원을 중심으로 대체인력을 충원할 인건비를 긴급 편성했다. 그러나 채용에 시간이 걸려 당장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들이 시립병원을 많이 떠나면서 장기간 피로도가 누적됐는데 전공의 이탈까지 겹친 상황이다.

정신건강의학과 특화 병원인 은평병원은 2020년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없어 충원을 하지 못했다. 2021년 이후 당일 외래 접수 진료도 받지 않고 있다.

은평병원 관계자는 "의사인력이 민간병원에 비해 50%밖에 안되는 상황"이라며 "(의료진) 피로도는 예전부터 있었고 항상 과부하 상태였다. 전공의들이 복귀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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