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 집단사직 사태가 보름째 이어지면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는 전공의 7000여명 면허정지 처분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국 40개 의대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 정원을 3401명 늘려달라고 신청했다. 정부는 조만간 학교별 인원 배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대학본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증원을 신청하면서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삭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의대 2000명 증원 박차…전공의 면허정지 처분도 초읽기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전날까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의대를 보유한 전국 40개 모든 대학에서 3401명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1월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요 조사 결과 최소 2551명, 최대 2847명을 뛰어넘는 것이다. 지역별로 서울 8개 대학에서 365명, 경기·인천 5개 대학에서 565명 증원을 요청했다. 비수도권 27개 대학에서는 2471명 증원을 요구했다.
현재 정원 110명인 연세대는 10명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역시 현재 110명 정원인 경희대는 30~50명 증원을 신청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중앙대, 이화여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나머지 서울 대학들은 비공개 방침에 따라 정확한 증원 신청 규모를 밝히진 않았으나 최소 20~30명에서 최대 40~50명 증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대는 기존 49명에서 201명 늘어난 250명으로 증원 신청했으며, 울산대는 40명을 150명으로 확대 증원 신청했다. 정원 40명인 건국대는 120명으로, 정원 49명인 강원대는 140명으로 정원을 현재 대비 3배 안팎으로 확대 신청했다. 대구가톨릭대는 40명에서 80명으로, 동아대는 정원 49명에서 100명으로, 부산대는 정원 125명에서 250명으로 각각 증원 확대 의향을 제출했다.
교육부는 조만간 보건복지부와 협의, 배정위원회를 구성해 대학별 최종 증원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역량, 지역과 필수의료 지원의 필요성, 소규모 의대의 교육역량 강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원 배정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도 이날부터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면허정지를 위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하는 등 법적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으면 전공의 수련기간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므로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이상 늦춰지게 된다.
복지부는 전날 전공의 수가 많은 상위 50개 병원은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나머지 50개 병원은 서면보고를 받은 결과 전공의 7000여명의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을 확인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미복귀 증거는 현장을 가서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현장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면 미복귀한 것으로 판단한다. 여러 가지 서류를 검토했고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접속까지 다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서면보고를 받았던 50개 병원도 추가 현장점검을 실시, 전공의 복귀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들을 사법절차인 형사 고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박 차관은 "경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며 "주동 세력을 중심으로 (고발을) 생각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언제 할지, 대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 경찰 소환 조사도 오는 6일부터 진행된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경찰에 출석, 피의자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도 오는 12일 경찰에 출석하기로 했다.
◆ 전공의·전임의 근무지 이탈 여전…교수들 사직에 삭발까지
정부 압박에도 의사들은 투쟁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총 8983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1~4년차 9970명을 점검한 결과로, 근무지 이탈자는 전체 전공의의 90.1%에 달한다.
재계약 포기를 통해 병원을 이탈하는 전임의들도 여전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전임의 재계약율이 평상시보다는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차관은 "평소보다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장에 계신 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수업거부 등 집단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유효한 휴학 신청은 누적 5401건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1만8793명의 28.7%다. 정당한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 신청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28일까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총 1만3698명에 달한다.
특히 대한본부의 의대 정원 증원 신청에 따른 의대 교수들의 반발까지 격해지는 모양새다.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이날 오전 의대 건물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새학기가 됐지만 의대에는 학생이 없고, 강원대는 일방적인 140명의 증원 규모를 제출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고 비판했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윤우성 경북대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전날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긴급 교수간담회를 열고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 77.5%가 전공의 사법처리에 반발하는 의미의 겸직 해제 또는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는 내용의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정부가 대학본부를 압박해 의대 증원을 신청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각 대학본부 측에 몇 명의 증원이 필요한지 자체적으로 조사해봤다. 확인된 바로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는 의대 학장들이 정원 증원에 1명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총장이 몇 명을 증원 신청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의대 학장들과 학생들이 대학본부에 (증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얘기했음에도 총장 측에서 일방적으로 (증원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의대에서는 학장들과 학생들이 총장과 면담하면서 증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수업을 받는 학생들까지 나서서 이같이 말했는데 많은 의대가 (증원 규모를) 3~4배까지 적어 냈다는 것이 과연 총장 본인들의 순수한 판단이었을까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집회 참석 강요 의혹을 놓고는 '거짓뉴스'라며 게시글 작성자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비대위는 "해당 글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결사의 자유 의사를 폄훼했고 의사들과 제약회사 영업사원과의 관계를 강압적 요구가 이뤄지는 종속적 관계로 독자들에게 인식되도록 했다"며 "이는 집회를 주최한 의협과 집회에 참석한 의협 회원 및 그 집회에 동의하는 국민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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