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전공의 법적조치 초읽기에 교수 등판 조짐…장기화 분수령(종합)


정부, 전공의 자택 찾아가 업무개시명령
"개원의, 교수 등 모든 선배 의사 의업 포기할 것"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자택을 방문,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학병원. 기사 내용과 무관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조소현·김영봉·황지향 기자·이윤경 인턴기자] 정부가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2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사들을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공의 자택을 찾아가 직접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한편, 의대 증원 규모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향해서는 대표성이 없다며 각을 세웠다. 정부가 의사들 법적 조치를 강행할 경우 그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교수들이 움직일 수 있어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자택을 방문,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정부는 그간 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전공의들에게 현장 복귀 명령했다. 하지만 일부 전공의들 사이에서 휴대전화를 꺼 놓는 방법으로 업무개시명령 효력을 무력화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에 정부는 추후 사법절차 과정에서 업무개시명령 송달 효력을 두고 다툴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직접 전달에 나섰다. 일각에선 면허정지 등 법적 조치를 진행하기 전 마지막 단계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을 향해 오는 29일까지 복귀를 요청하며, 3월부터 최소 3개월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미 전날 의사 집단행동을 주동한 의협 관계자들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정부의 사실상 최후통첩에도 전공의들 복귀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일부 병원에서 전공의가 복귀했으나 소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이른바 '빅5' 병원의 경우에도 일부만 돌아왔을 뿐 대부분은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특별히 들은 얘기는 없다"며 "우선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일부 복귀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몇 명이 복귀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은 안 된다"고 말했다.

양측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정부의 법적 조치 강행 이후 사태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전국 40개 의대 학장들의 '350명 증원' 요구에 "정부가 결정할 사안으로 협상할 문제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더욱이 "의협은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고 해 의협 등과의 대화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제1차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비대위 첫 회의에서 비대위의 투쟁방안과 로드맵 등을 밝힐 계획이며, 회의 종료 후 비대위, 16개 시도 의사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연석회의 개최도 예정돼 있다. /뉴시스

의협은 강력히 반발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 지지율이 3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의협은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회원으로 자동 가입되는 법정단체다. 정부가 의협 비대위를 대표성 없다고 훼손하는 건 의료계를 이간질시켜 단결을 저해하기 위한 방해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법적 조치에 모든 의사가 의업을 포기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비대위는 "3월1일 이후 정부가 전공의를 고발하고 처벌을 본격화한다면 병원에서 전공의는 찾을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라며 "봉직의와 개원의, 교수 등 모든 선배 의사도 희망을 접으며 의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전공의 등 후배들에 대한 법적 조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선배들이 가만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광주 지역 개원의는 "의대 정원이 얼마나 부족하고 어떤 부분에 인력을 집행한다는 걸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에서 단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 의사 파업 때와는 달리 이번엔 교수들까지 일어설 것 같은 분위기"라며 "제자들이 고소당하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일어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는 이날 오후 비상총회를 소집했다. 이날 총회에선 교수들이 정부의 법적 조치 방침을 필수의료 수련생인 전공의에 대한 협박으로 규정짓고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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