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하는 의사들 집단행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대학교 의대 졸업식에서도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교 측이 의대 증원 관련 언급을 자제하라고 당부하면서 졸업식에 참여한 의대생들은 취재진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27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행정관에서는 '제78회 전기 서울대 의대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서울대 의대생 129명이 졸업했다.
이웅희 서울대 의대 동창회 부회장은 이날 축사에서 "학위수여식은 한바탕 축제가 돼야 하지만 지금 우리는 또다시 정부의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깊은 혼돈에 빠져 있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정부는 대화나 협치를 해보겠다는 의지보다 갈등만 증폭시키는 양상이라 더욱 답답하고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그렇지만 후배 여러분 힘내자"면서 "우리는 그동안 여러 번의 갈등과 위기를 겪어 왔지만 그때마다 단합된 의지와 지혜로 그 어려움을 잘 극복해왔다"고 후배들을 다독였다.
주의진 서울대 의대 졸업생 대표도 의대 증원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주 대표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우리 의료계는 갑작스럽고도 그 어느 때보다 추운 혹한기 속에 있다"며 "이 추위의 끝에 봄이 찾아올까 아니면 이게 길고 긴 겨울의 시작일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복잡한 생각이 가득할 것 같다"며 "오늘 하루만큼은 걱정은 조금 내려두고 좋은 생각과 추억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은 직접적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현 상황을 언급했다. 김 학장은 "지금 의료계는 국민에게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의사가 숭고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학장은 "여러분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있다"며 "봄이 멀게만 느껴지지만 봄은 늘 그렇듯 조용히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의대 증원 추진에 따른 전공의 집단 이탈과 전국 의대생 동맹휴학 신청을 의식한 듯 취재진을 극도로 경계했다. 한 학부모는 "학장이 기자들 인터뷰에 응하지 말라고 했다"며 취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졸업생들도 대체로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 졸업생은 "졸업하니까 설렌다"면서도 의대 증원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짧게 답하고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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