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시 출연금이 끊기면서 폐업 위기에 내몰린 TBS 직원들이 탄원서를 서울시와 시의회에 제출한 데 이어 민영화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키를 쥐고 있는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전히 한시적 지원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노동조합(이하 TBS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이하 언론노조 TBS지부)는 이달 14일 직원과 가족 397명이 쓴 TBS 생존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오세훈 시장과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전달했다. 이어 22일 민영화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양대 노조는 "구성원들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던 정태익 대표의 TBS 민영화를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한다"며 "TBS의 생존 방법이 오로지 민영화인 것처럼 말하던 대표는 왜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나. 민영화 작업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정환 TBS 노조 위원장은 "직원들은 시 출자출연기관으로 남기를 원한다"며 "지원 조례를 시나 시의회에서 발의해서 출자출연기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이 시작된 21일에는 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은 시 출연기관 해제 100일을 앞둔 날이었다. 이 위원장은 "부디 100일이 지난 6월1일에도 우리 삶의 터전이며 일터인 TBS가 서울시 공영방송으로 존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TBS는 지난해 연말부터 네 차례의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강도 높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또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솔루션팀을 신설하고 비상대책 TF를 구성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태익 대표는 지난해부터 강제적인 구조조정 대신 희망퇴직을 신청을 받았다. 1~2차 신청에서 37명을 줄였고, 이어 112명을 감축해 최종 현원 180명을 맞추겠다는 목표로 지난달부터 3~4차 신청을 받았다. 다만 3~4차 신청 인원은 27명으로 목표치에 크게 못미쳤다.
2024년도 TBS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희망퇴직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노사협의를 통해 직권면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내부에서는 22일까지 진행된 4차 인원이 정리되면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여기에 수장인 정 대표도 거듭 사의를 밝혔지만 시에서 수리되지 않으며 어수선한 상황이다.
생사여탈권을 쥔 서울시의회는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다.
김규남 시의원(국민의힘·송파1)은 "(조례를 통해) 5개월 동안 정리할 인건비를 지원했다. (지원을) 연장해 살리는 게 아니라 해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희망퇴직을 통해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회사 목표지, 지금처럼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국민의힘 시의원도 "조례를 통해 혁신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드렸다"며 "(이제 와서) 방향을 바꿀 순 없다. 정해진 방향 안에서 좋은 생각을 해봐야지 왜 자꾸 방향을 바꾸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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