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일주일이 지났지만 의·정갈등은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증원을 강행하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했고 현장에서는 전임의와 의대 졸업생들도 이탈하고 있다. 정부는 증원인원 2000명 조정에 선을 긋고 집단행동 대처 준비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 시도 의사회의 장 등이 참여하는 대표자 확대회의를 개최했다.
의사 대표는 결의문에서 "정부가 의대증원과 필수의료정책 추진을 강행한다면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주수호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정부가 의사의 말을 듣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대화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협은 의사 총파업 등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본격적인 의료대란은 이제부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 현장에서는 인턴 임용을 포기하는 의대 졸업생들이 줄잇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남대병원 인턴 예정자 101명 중 86명, 부산대병원에서는 50여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아직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으나 대규모 임용 포기 가능성이 높다. 전공의 공백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의대 졸업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대란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딴 전임의들은 병원과 재계약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들은 전공의가 떠난 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 중 최선임인 4년차 레지던트들은 아직 현장에 남아있지만 전임의 자격을 취득하면 대다수가 병원을 떠날 것으로 보고있다.
의료현장의 반발에도 정부가 물러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사들이 환자 목숨을 볼모로 집단 사직, 휴학하는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대 증원 2000명은 최소 수준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양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으로 보건복지부에 검사를 파견해 법률 자문을 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전공의들의 의사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과 고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검사를 파견한다는 의미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홈닥터, 마을변호사로 구성된 법률지원단은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당한 국민에게 손해배상 등 구제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은 중재에 나설 뜻을 밝혔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25일 낸 호소문에서 "박민수 복지부 2차관님과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서 정부가 이 사태의 합리적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향후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조정 및 대학병원 중심일 수 밖에 없는 필수의료체계 유지와 관련한 사항들을 정부가 교수들과 함께 협의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정부는 물론 의사단체와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교수들도 정부가 제자(전공의)들에게 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 절대 좌시하지않겠다는 입장인데다 전임의와 4년차 레지던트들 거취의 윤곽이 드러날 다음주가 의료대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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