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자 정부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검경은 사법처리는 물론 구속수사 원칙까지 밝혔지만 처벌의 근거가 되는 업무개시명령의 위헌 논란 등 넘어야 할 산들도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행정안전부, 경찰은 21일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회의 후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일부 의료인들이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해 정부 정책 철회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경찰은 전공의를 앞세워 자금 지원 등의 방법으로 집단 사직서 제출과 진료 거부를 부추기는 이들을 '배후 세력'으로 지칭하고 엄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주동자 및 배후 세력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도 원칙적으로 기소를 통해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다만 현장에 조기 복귀했을 경우에는 기소유예 등의 제도를 통해 참작하겠다는 입장이다.
◆ 업무개시명령 효력 어디까지…'송달'도 문제
정부가 경고한 사법처리의 첫단추는 '업무개시명령'이다. 복지부는 지난 22일 전공의 6038명 중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2항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의료계는 법조문의 모호성을 근거로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2항의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와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조항을 복지부의 재량이 더 크다고 해석하는 의견이 많다. 박성남 법무법인 LKB 변호사는 "두 조항 중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만 있어도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이 인정된다"며 "전공의가 대학 병원 업무의 4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에는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지연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새변) 이사도 "판례를 살펴봤을 때 법원은 (업무개시명령이) 행정청의 재량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을 인정해도 송달에 관한 문제가 남아있다. 일부 전공의는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와도 휴대전화를 꺼놓거나 서면은 서명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송달을 피하면 명령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등 회피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공의들에게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문건일 법무법인 일로 변호사는 "고의적으로 회피한 정황이 있으면 향후 징계 등을 다툴 때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판단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업무방해·직권남용 논란
지난 7일 복지부는 의료법 제59조 전문의 수련규정 제15조를 들어 수련 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업무개시명령을 피하고자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할 상황을 우려해서 나온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업무방해 또는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 변호사는 "정부는 의사와 병원에 대한 포괄적 명령 권한이 있다"며 "복지부가 사표 수리를 막았다고 해서 업무방해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의사면허는 국가고시를 통해 받은 자격이기 때문이다. 문 변호사도 "직권남용은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를 말한다"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은 목적이나 수단 등에 비춰 봤을 때 직권남용에 해당할 만큼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이 복지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사표를 수리했을 때 발생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김 변호사는 "복지부의 지시를 어기고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해 줘 실제 사직한 의사의 경우 이후 내려온 업무개시명령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미 사직한 의사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것과 사직서를 수리한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이번 집단행동으로 집계된 수술 지연 등 환자 피해 사례는 21일 오후 6시 기준 57건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불법 집단행동으로 발생하는 국민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 회복을 위한 민·형사상의 법률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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