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영풍제지 주가 조작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일당이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당우증 부장판사)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모 씨 등 9명과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변호사 신모 씨 등 2명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총책 이모(54) 씨와 다른 일당 4명은 지난 14일 기소됐지만 아직 병합 심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이날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윤 씨 등 일당은 주가 조작 혐의의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총책 이 씨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란 것이다. 김모 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대표이사로서 일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매우 바빠서 시세 조정에 관여한 고의가 없었고 업무 중에 이 씨 지시에 따라 기계적으로 주식을 매매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모 씨 변호인도 "일반 투자자들의 손해를 입힌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며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범행에 가담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피고인의 가담 정도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일단 요지를 읽어보면 사실은 다 인정하되, 공동정범보다 방조범이라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냐"고 물었고, 변호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와 일당은 지난 2022년 10월~2023년 10월 총 330여개 증권계좌를 이용해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주문 등 시세조종 주문을 내 영풍제지 주가를 올려 661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당초 이들은 영풍제지 주식 3597만주 상당을 시세조종해 278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14일 검찰이 중간조사에서 밝힌 금액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단일종목으로는 주가조작 범행 사상 최대 규모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다만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측은 검찰이 밝힌 부당이득 금액 산정 근거자료를 요구했다. 한 변호인은 "저희가 기록을 검토한 결과 부당이득금을 어떤 근거로 산정했는지 확인이 어렵다"며 "검찰에서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 씨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신 씨도 검사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계획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 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자백했다"며 "하지만 사전에 이 씨를 도피하기 위해 다른 일당과 공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신 씨는 지난해 10월17일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찾아온 이 씨를 차에 태우고 이동한 혐의를 받는다. 신 씨는 일당을 통해 이 씨에게 현금과 숙소를 전달하고, 이 씨 휴대전화를 보관했다가 전달해 도피를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재판은 3월13일 오후 3시10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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