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이윤경 인턴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 단체 회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고, 의대생들은 동맹휴학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의사들 집단행동이 본격화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는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수인계에 차질이 없도록 2월20일부터 3월20일까지 30일간 병원에서 성실히 근무한 후 세브란스 병원을 떠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전협 회장직도 내려놓는다. 박 회장은 "전공의 신분이 종료돼 대전협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어 3월20일까지만 회장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며 "추후 보궐 선거 및 운영 방식은 회칙에 의거해 대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회장은 집단행동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임기를 충실히 마치지 못해 동료 선생들께 송구하단 말씀을 전한다"면서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 의사를 응원하겠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박 회장의 '자유 의사' 언급이 전공의들의 개별 사직 움직임에 신호탄을 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집단행동 강경대응 방침에 그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인 이유로 사직할 경우 정부가 집단행동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앞서 지난 13일 자신을 대전성모병원 인턴이라고 밝힌 한 유튜버는 '결의'라는 영상을 게재하고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고 했다.
의대생들도 동맹휴학 절차에 돌입했다. 우성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전체 의과대생을 대상으로 동맹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수일 내 최종의결을 거쳐 동맹휴학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대협은 의대 증원에 반발, 지난 13일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나는 본교의 대표로서 단체행동에 찬성하며 이를 주도해나갈 의지가 있다'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의대협은 총회 결과를 기반으로 이날부터 전국 2만여 명 의대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동맹휴학 참여율을 조사한 뒤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림대 의대 4학년생들은 이날 1년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휴학원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림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SNS를 통해 "만장일치로 휴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며 "1년 간의 학업 중단으로 이 의료개악을 막을 수 있다면 1년은 결코 아깝지 않은 기간임에 우리는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면허를 가진 선배 의사들도 집단행동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16개 시·도의사회는 이날 전국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압박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의협은 오는 17일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투쟁방안 및 로드맵 등 중요사항들을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는 즉각 우려를 표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학생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를 띠고 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당장 의사 표명을 하더라도 집단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또 필요한 절차들이 있을 것이다. 그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라도 교육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사직서 제출과 관련해서는 "사퇴문을 보면 본인이 필수의료 현장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는 내용들이 적혀 있다"며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가 겪는 상황이다.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를 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그것들을 고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별적인 형태를 띠더라도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을 서로 공모하고 연달아 이뤄져 병원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그것은 집단행동에 포함된다"며 "의료법 위반도 되지만 형법에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 궐기대회를 두고는 "이번 집회는 점심 또는 저녁시간을 활용해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근무시간 외 시간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존중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이날 '의대생 동맹휴학 논의에 대한 정부 입장'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각 대학에 관계법령 및 학칙을 준수해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협조 요청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