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단체 비대위 전환…'증원 반발' 집단행동 일단 숨고르기


대한전공의협의회, 총회 열고 의결
한숨 돌린 정부…"다행스럽게 생각"

의사단체가 오는 15일 집단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대학병원에 소속된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의사들 집단행동 계획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당장 총파업 등 전면 투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파급력이 큰 만큼 향후 대전협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협은 전날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 결과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대전협은 "'제27기 부회장, 이사, 국원 전원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대한 건'에 대해 참석한 194단위(총 223단위) 중 찬성 175단위, 기권 19단위로 가결됐다"고 전했다.

당초 대전협 설문조사 결과 의대 증원 시 전체 회원의 88.2%가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전공의 경우 86.5%가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설치를 의결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이필수 의협 회장이 사퇴하며 집행부 공백이 생긴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의협은 결의문에서 "즉각적이며 실효적인 투쟁을 위해 가장 강력한 형태의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를 구성해 투쟁의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이에 일각에선 설 연휴 직후 의사들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전날 오후 9시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대전협 총회에서 총파업 여부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입장이 강경하고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 지지도 높아 신중해야 한다는 전공의들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은 비대위 전환 이후 현재까지 파업 여부 등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학병원에 소속된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13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정부는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전협 총회 결과에 대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 표명이 없는 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은 환자 곁을 지켜주는 결단을 내려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계획대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의사 증원 정책은 오직 국민 보건을 위한 정책적 결정이었다"며 "복지부는 (선거가 있는) 4월 전에 학교별 배정을 확정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해 관련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의협 등 다른 의사단체는 총파업 준비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의협은 오는 15일 첫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의협 소속 16개 시도별 의사회는 이날 전국 곳곳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반대' 궐기대회를 예고했다.

일각에선 결국 전공의들의 선택에 이번 사태의 향방이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공의들은 대형병원의 입원 병동과 수술실 등 필수의료 최일선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파업 시 파급력이 크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 개원의 파업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반면 전공의 파업 참여율은 약 80%에 달했다. 당시 전공의 파업에 정부는 결국 뜻을 굽혔다.

sohyun@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