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지난달 1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준수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A 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2017년 11월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였다. A 씨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2021년 9월까지 5회에 걸쳐 거주지와 휴대전화 번호 등이 변경됐을 때 사유와 내용을 경찰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늘고 있지만 허술한 관리 체계가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과 법무부, 여성가족부로 분산 신상정보 등록 제도 운용을 일원화하고 전담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법무부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는 총 12만7587명으로 집계됐다. 신상정보 등록 제도는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이들의 신상정보를 등록·관리해 성범죄 예방 및 수사에 활용하고, 내용의 일부를 국민에게 알리는 제도다. 등록 대상자 중 일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는 총 3724명이다.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는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는 지난 2018년 5만9407명에서 2019년 7만1명, 2020년 8만939명, 2021년 9만1136명, 2022년 10만171명으로 늘었다.
등록 대상자가 증가하면서 등록 의무를 위반한 피의자와 소재 파악이 안 되는 성범죄자도 늘고 있다. 신상정보 등록 의무 위반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지난 2018년 3771명에서 2022년 5458명까지 급증했다. 소재가 불분명한 성범죄자도 지난 2018년 89명에서 지난해 7월 168명까지 누적됐다.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 관리에 구멍이 난 것은 전담 부서가 없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는 법무부가 등록 정보를 관리하고, 경찰이 등록 대상자를 관리하며, 여가부가 정보의 공개·고지 업무를 수행한다. 전담 부서 없이 업무가 분산돼 대상자 관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인력 증원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법무부에서 자료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무기계약직 22명에 불과했다. 경찰은 1인당 평균 30명 정도의 등록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었다. 현재 신상정보 공개·고지를 담당하는 여가부 직원도 6명에 그쳐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세 기관에서 업무를 나눠 맡고 있어서 신상정보가 수시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며 "관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부서를 일원화하고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상정보가 등록되면 보호관찰 차원에서 대상자를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등록 대상자를 직접 마주하는 경찰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현재 별도의 전담 인력 없이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들이 등록 대상자도 관리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 한 경찰관은 "성범죄는 증가 추세인데 인력은 여전히 없다. 업무가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인권침해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한 경찰서 여청과 직원은 "신상정보 등록 제도는 등록 대상자들의 동향을 살피고 요즘 어떻게 생활하는지 등을 국가가 관리하는 제도"라며 "한쪽에서는 (등록 대상자의) 인권을 얘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반 시민들의 범죄 예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충돌할 때가 많아서 사실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