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1. 위니아전자 노동조합 위원장인 강용석(59) 씨는 이번 설 명절 고향에 가지 못한다. 월급과 각종 수당 등 임금 약 6000만원을 받지 못해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강 씨는 "고향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 연세가 80이 넘었는데, 차비가 없어 못 간다"며 "마음이 좋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2. 세경토건에서 포크레인 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50) 씨도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임금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아이들 학원비, 카드값, 공과금을 내야 하는데 임금체불로 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돈이 부족해 설 명절 고향 방문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조7845억원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임금체불 여파가 설 명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가 바뀌고도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1만2000명. 명절을 맞았지만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생활고를 겪는 이들의 얼굴에는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으로 전년도 1조3472억원에 비해 32.5% 급증했다. 업종별로 제조업이 5436억원(30.5%)으로 임금체불액이 가장 많았다. 이어 건설업 4363억(24.5%), 도소매·음식숙박업 2269억원(12.7%), 서비스업(용역 등) 1997억원(11.2%) 등 순이었다.
임금체불로 고통받은 노동자는 지난해 총 27만5000여명에 달했다. 전년도 23만8000여명에 비해 15.5% 늘어난 것이다. 이들 중 26만3000여명은 체불 급여가 청산됐다. 하지만 1만2000여명은 여전히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청산되지 않은 임금체불액은 3733억원에 이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월 "새해 첫 민생행보는 임금체불 근절"이라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임금체불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설을 앞두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건설산업노조 대전세종건설기계지부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 6개 현장에서 90명에 대한 임금체불액이 6억2000만원에 달한다"며 고용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 한국노총 금속노조 대유위니아 노조도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대유위니아그룹 본사 앞에 모여 708억원의 임금체불 사태를 해결하라며 박영우 회장을 규탄했다. 대유위니아 1700여명의 전·현직 노동자들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다.
강 씨는 "박 회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골프장을 팔아 체불임금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명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설 명절이지만 차비가 없어 고향에 가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급이 들어오지 않으면 가장 먼저 생활이 안 되고, 길어지면 가정도 파괴된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관대했던 임금체불 문제가 사회악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혜인 직장갑질 119 노무사는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청의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한다"면서 "회사가 도산하거나 폐업한 경우 미지급 임금을 국가가 대신해서 지급하는 제도인 간이대지급금 요건을 확대해 돈을 받지 못한 노동자의 임금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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