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폰트 수업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지난해 서울시 서체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청소년디자인제작전문그룹 소속 장혜리(15) 양의 새해 포부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즐긴다는 장 양은 학교에서 캘리그라피 방과 후 동아리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폰트에 흥미가 생겼다. 웹툰과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이 커 폰트를 활용한 작업도 진행했다고 한다.
장 양은 "예쁜 폰트들은 대부분 유료라 학생으로서 부담스러웠다"며 "비슷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친구들이 폰트를 자유롭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제작한 '오뉴월 꽃나무체'는 장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장미가 덩굴식물이라는 점에 주목, 뾰족한 형태보다는 둥글게 올라가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장 양은 "장미라는 존재가 늘 악당으로 인식이 되는데 '장미가 진짜 악당일까?'라는 의문에서 착안했다"며 "크기감이 있는 폰트라 PPT의 제목이나 포스터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장래희망은 디자이너와 웹툰 작가다. 이번 폰트 제작 경험을 토대로 애니메이션 전공이 있는 특성화고에 진학해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익히겠다는 목표다.
올해 대학 입시에 들어간다는 이하연(18) 양은 디자이너를 꿈꾸며 언어로만 인식했던 글자에 디자인적 요소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한글 폰트는 영문 폰트에 비해 디자인이 들어간 사례가 많이 없어 아쉬웠다.
그러던 중 일본 버블경제 시기의 화려하면서도 레트로한 감성을 불어넣어 '시티팝체'를 제작하게 됐다. 하루종일 애써 만든 파일이 날아가 절망을 느끼기도 했지만, 저장을 누르며 작업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이 양은 "프로그램을 처음 다룰 때 툴 사용법이 어려웠다"며 "폰트 전문 디자이너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차근차근 배울 수 있었다. 완성 후에는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서영(16) 양은 사람들이 각자 갖고 있는 고유한 글씨체에 주목했다. 팜플렛이나 영상, 편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마인체(손글씨체)'를 제작했다.
조 양은 "어떤 스타일로 제작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과정에서 실무 경험이 풍부한 디자이너 선생님과 소통하면서 글씨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며 "이 경험을 통해 고민이 있을 때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직 서체 디자이너가 이론 수업부터 글꼴 디자인, 서체 파일 변환 등 실제로 서체가 개발되는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제작한 서체는 스스로넷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센터는 다음달 프로그램 신규 참여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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