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이윤경 인턴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의사단체들은 총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면서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시민들 사이에선 "국민건강을 볼모로 하는 실력 행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 심의 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됐던 의대 정원이 19년 만에 2000명 증원되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들은 집단휴진이나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집행부는 총사퇴하고 연휴가 끝나면 비대위 구성에 들어가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의대 증원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날 보정심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대전협 설문조사 결과 전체 회원의 88.2%가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대학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전체 규모는 1만5000여명에 이른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도 "정부가 의사 수만 늘리는 것에 몰입돼 있는 것 같다"며 "이해할 수 없는 발표다. 정부가 대화하지 않고 밀어 붙인다면 사실상 남은 방법은 총파업 뿐"이라고 경고했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의사단체의 역대 네 번째 파업이 된다. 의협 등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제도 시행과 2014년 비대면 의료 도입, 2020년 의사 증원 방안 논의 당시 파업을 진행했다.
다만 일각에선 실제 파업 돌입까진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파업 시 징계 등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데다 국민 여론이 파업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홀로 거주하는 시민 김경림(71) 씨는 "주위에 아픈 사람들이 많다"며 "노인들은 항상 '어디 아프다', '오늘 어디 병원 예약돼 있다'고 말하는데 의사가 파업하면 환자들을 인질로 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함용임(65) 씨는 "환자들은 어떡하냐"며 "병원은 시민들이 문화센터를 가듯이 들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했다.
가족 중 간호사가 있다는 직장인 송모(29) 씨도 "노약자 수가 많아지면서 의료계 일선에서도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파업은) 의사단체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업준비생 여모(27) 씨는 "의사들이 파업과 같은 방식으로 투쟁하는 것은 국민과 환자들만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강모(34) 씨는 "노인들은 졸지에 오갈 데가 없게 될텐데 (파업은) 무책임하다"고 우려했다.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역시 파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의협의 집단행동은 아무런 명분도 설득력도 없는 억지"라며 "의대 정원 확대에 의사만 빼고 모든 국민들이 환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협은 대국민 협박을 하고 있다"며 "국민건강을 수호하겠다는 의료인의 사명과 윤리는 온데간데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파업 돌입 시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하겠다는 강경대응 방침을 정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비상진료 대책과 불법행동에 단호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법 59조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명령 위반 시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고발될 수 있다. 의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다. 2020년 의료계가 단체행동을 벌였을 때 정부는 수도권 전공의 일부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