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등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등 모든 공소사실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1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기소된 13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합병은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췄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시세조종 등 회사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관여했다고 본다. 검찰은 합병 비율에 따라 약 4조 원의 차이가 발생했다고 추산해 이 부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전부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주된 목적이 경영권 강화 및 승계에만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합병 시점과 비율을 놓고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었다"며 "합병 비율 시점을 정하는 데 있어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 시점을 정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선고 직후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제일모직의 자회사)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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