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3)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방윤섭·김현순 부장판사)는 31일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및 모욕 혐의 등을 받는 조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조선은 녹색 수의에 수갑을 찬 모습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선고는 피고인의 수갑을 풀고 듣도록 하지만 조선은 재판 과정에서 불안정한 태도를 보여와 수갑을 채운 상태로 진행했다.
재판부는 "백주 대낮에 행인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일면식이 없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살인의 고의를 갖고 범행했다"며 "부푼 꿈을 안고 상경한 청년이 젊은 나이에 예기치 않게 생을 마감했다. 피해자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고 유족과 지인들은 엄벌을 탄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구형한 사형에 대해서는 "피고인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범행 책임의 정도와 형벌에 비춰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분명히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해 재범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친척 집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성인이 된 후에도 원만한 사회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과 동영상 시청으로 보냈고 지능 지수가 낮은 점 등도 범행의 원인 중 하나"라고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선은 심신장애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살인의 고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선이 도구를 훔쳐 범행을 준비하는 등 110m 거리에서 4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어려 차례 무방비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공격한 점 등을 바탕으로 사망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봤다. 폐쇄회로(CC)TV 영상 속 망설임 없는 조선의 모습도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줬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범행 과정에서 망설이거나 주저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며 "심신 미약을 사유로 형을 감경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조선은 눈을 질끈 감고 법정 밖으로 나갔다.
지난 10일 검찰은 조선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범행의 잔인성과 포악성에 두말할 것 없는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이라며 "사회적으로 백주 대낮에 아무 이유 없이 살해당할 수 있을 것이란 불안과 살인예고 모방범죄도 폭증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은 지난해 7월21일 오후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같은 날 범행을 위해 서울 금천구 소재 마트에서 식칼 2개를 훔치고(절도), 이동을 위해 택시에 무임 승차한 혐의(사기)도 받는다.
지난 2022년 12월27일 익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가리켜 '동성애자 같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돼 모욕 혐의로도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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