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교통 정기권 기후동행카드가 첫 발을 내딛으면서 정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고립은둔청년 지원 등 정책을 선도하며 전국 확대를 이끌었는데 기후동행카드가 또다른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오전 4시 버스 첫차부터 기후동행카드 운영을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서울 권역 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따릉이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이다. 따릉이 이용 유무에 따라 6만2000원 권과 6만5000원 권으로 구분된다.
이달 23일 사전판매를 시작한 뒤 이틀 만에 판매량 10만 장을 넘어서며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한 모습이다. 지난해 정책 발표 당시 이용자수를 약 50만 명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적용되기도 전에 그 1/5을 채운 셈이다.
또 시행 첫날이 토요일이었는데도 이용자수 7만1000명을 기록했고, 같은 날 기준으로 26~27일 편의점 판매량을 제외하고도 19만1947장이 판매돼 총 20만 장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판매처에서 준비한 물량이 동나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 '기후동행카드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지난해 대중교통 요금인상에 이어 오 시장이 내놓은 굵직한 교통분야 핵심 정책이다. 요금인상이 대중교통 만성적자를 완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성격의 조치였다면 기후동행카드는 대중교통과 복지를 결합한 새로운 정책모델이라는 의미가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보궐선거로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돌아온 뒤 약자와의 동행, 매력특별시 등 복지와 도시경쟁력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며 힘을 쏟았다. 이번에는 시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분야 중 하나인 교통 분야에서 새 정책을 내놓으며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또한 대중교통 정기권은 이미 전국적인 확산이 예고됐기 때문에 기후동행카드의 안착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정부의 K패스, 경기 더경기패스, 인천 I패스 등이 저마다 다양한 혜택을 내세워 5월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기후동행카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서울시가 국가 정책을 선도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보궐선거 당선 직후 재개발 규제 완화책의 하나로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했다.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시가 통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 통상 5년 이상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을 2년으로 단축시킨다는 내용이다.
최근 정부는 안전진단 규제를 대폭 완화해 빠른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30년 넘은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아도 재건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시가 지난해 4월 발표한 고립·은둔청년 종합대책도 전국 차원으로 확대됐다. 사회와 단절된 채 지내는 청년들을 발굴부터 진단, 사회복귀까지 지원하는 정책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고립·은둔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는데, 조기 발견과 전담 지원기관 및 인력 배치 등 시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오 시장은 이런 정책 선도 사례를 두고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이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 때 기자간담회에서 "누구나 관심사는 똑같다. 일을 중앙정부가 하든 지자체가 하든 부동산을 많이 빨리 공급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대중교통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고립은둔청년 같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최대한 배려하고 보듬느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며 "(제 임기가) 중앙정부보다 1년 먼저 시작했기에 선도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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