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1심 판단이 26일 나온다. 2019년 2월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 지 5년 만의 결론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2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 박병태·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1심 선고 기일을 연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2011년 9월부터 재임 기간인 6년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여러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해 지연시키고, 사법행정을 비판한 일부 법관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3월 첫 공판 이후 재판은 결심공판까지 277차례나 열렸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모두 47개였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대부분 동의하지 않으면서 검찰이 직접 법정에 불러 신문한 증인은 211명에 달한다. 여기게 양 전 대법원장이 건강 문제로 수술을 받으면서 재판은 다섯 해를 넘겼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의 쟁점은 '재판 지적 권한'이다. 다만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 상당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 때문이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지적 권한이 있어 직권 남용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헌법·법원조직법·구 법원사무기구규칙 등 관련 법령에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지적권한을 규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 또는 법원행정처의 공모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재판 개입은 아예 무죄로 뒤집혔고,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모도 인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은 법관 독립을 중대히 침해한 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해 특별재판소를 요구하는 여론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법 제도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후진술에서 문재인 정권이 권력을 다지기 위해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들(문재인 정권)은 사법부의 미래를 장악하기 위해 사법부의 과거를 지배함에 나섰고, 검찰은 이에 부응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 검사 70~80명이 동원됐고 수사 범위는 사면팔방, 무한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먼지털이식 수사 행태의 전형이며 불법적인 수사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chae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