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이른바 박근혜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파기환송심에서 감형받았다. 대법원 파기환송 전 징역 4년에서 절반이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6-1부(원종찬·박원철·이의영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실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는 징역 1년 2개월, 그 외 피고인들에게는 징역 1년~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쳐 문화예술계에서 이념적 성향과 정치적 입장 등에 따른 차별적 지원을 해왔다"며 "문화예술계 종사하는 다수의 인사들인 상당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1심, 2심, 대법원 파기환송 등 과정에서 특별검사가 사임하고 상당 기간 재판이 지연된 부분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을 놓고는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계획·실행 지시해 관련 공무원을 인사조치하거나 사직하도록 하는 등 공무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했다"면서도 "환송 당시 유죄 중에 상당 부분이 무죄 취지로 파기됐고, 그중에서 상당 부분이 법원에서 최종 무죄로 판단된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이 약 1년6개월 동안 구속돼 수감생활한데다 현재 84세 고령으로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확정 판결을 받아 동시에 판결을 선고할 경우 형평성도 작용했다.
선고 직후 김 전 실장은 일부 유죄 판결을 놓고 "상고해서 다시 판단 받겠다"고 답했다. 조 전 수석은 심경을 묻는 말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단체나 인사 등의 이름과 지원 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전 실장의 지원 배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는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 등이 추가로 인정되면서 징역 4년으로 형이 늘어났다. 조 전 수석에게는 1심에서 일부 위증 혐의만 인정돼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징역 2년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이후 대법원은 원심의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미진을 이유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소를 맡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가짜수산업자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3년 가까이 재판이 공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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