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끝나고 '까까' 먹어요"…'무장애' 피트니스클럽의 특별함


강남장애인복지관 체력단련실 리모델링
장애 유형 관계없이 운동…맞춤형 강습도

17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 베프 피트니스 센터에서 발달장애인 수강생들이 김현욱 트레이너와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까까는 수업 끝나고 먹읍시다."

지난 17일 오후 1시께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 베프 피트니스 센터. 김현욱(33) 트레이너는 하체운동을 하며 힘겨워하는 발달장애인 수강생들을 이렇게 독려했다.

이곳은 장애 유형과 상관없이 운동할 수 있는 무장애(barrier-free) 체력단련실이다. 기존 강남장애인복지관의 체력단련실을 리모델링해 공간을 2배 확장해 87평 규모로 지난달 1일 문을 열었다.

예컨대 휠체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넓게 구성했다. 입구의 안내데스크는 다양한 사용자의 높낮이를 고려해 두 가지 높이로 구성해 휠체어 이용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운동기구 16종을 도입했다.

이날 수업은 지난달부터 시작한 장애인 전문 운동프로그램 열번째 수업이다. 김 트레이너를 보고 서 있는 수강생 5명 모두 발달장애인이다.

여느 PT 수업과 다름없이 스트레칭으로 시작했다. 김 트레이너는 개인별 운동 데이터를 저장해서 보여주는 시스템의 화면 속 캐릭터의 자세를 수강생들이 올바르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한 명씩 등을 잡아주면서 자세를 교정했다.

1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 베프 피트니스 센터에서 발달장애인 수강생들이 김현욱 트레이너와 함께 다리 운동을 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다른 체력단련실에서는 낯선 모습도 있다. 비장애인보다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트레이너가 한 명씩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이날도 김 트레이너는 자폐성 장애가 심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박모(30) 씨가 자리에서 이탈하려 하자 붙잡으면서 "영화보려면 운동해야 되죠? 운동 열심히 하고 영화 봅시다"라고 달랬다.

이어 여느 PT처럼 수강생별로 맞춤형 강습을 제공한다. 체지방률이 높아서 체중 관리가 필요한 손모(27) 씨와 김모(25) 씨는 유산소 운동 처방을 받았다. 두 수강생은 자전거 기구에 앉아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하체가 비장애인보다 다소 빈약한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춘 운동도 진행했다. 수강생들은 한 명씩 필라테스 기구에 누워서 천장을 보고 김 트레이너의 지도에 맞춰 다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지겨워하는 수강생들에게 김 트레이너는 "잘 때처럼 천장 보고 누워 보라"며 "까까는 수업 끝나고 먹자"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 베프 피트니스 센터에서 발달장애인 수강생들이 김현욱 트레이너와 함께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개별 운동이 끝난 뒤에는 수강생 전원이 손으로 줄을 잡고 위아래로 흔드는 운동을 시작했다. 신체 발달이 균형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발달장애인들이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게 하려는 의도다. 간단한 스트레칭까지 한 뒤 수업은 마무리됐다.

수업에 처음 참여한 송모(23) 씨는 "다른 운동 프로그램도 참여해봤는데 여기서는 다리를 막 움직여서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남 베프 피트니스센터의 운동 프로그램은 오전 어르신반과 오후 발달장애인반으로 나눠서 일주일에 3회 운영한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는 휠체어반도 모집 중이다. 3월부터는 상체운동반과 하체운동반을 모집할 예정이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장애인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높낮이, 무게, 각도 조절이 가능한 케이블 머신, 각도 조절이 가능한 벤치·전동베드, 철봉에 매달아 당기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짐링 등으로 다양한 근력운동을 할 수 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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