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1.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0일 30대 남성을 특수강도 혐의로 붙잡았다. 이 남성은 서초구의 한 편의점에서 흉기를 들고 아르바이트생을 위협, 4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2.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11월 50대 남성을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는 서울 노원구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아르바이트생에게 길이 20㎝가 넘는 흉기를 들이대며 현금을 빼앗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편의점을 노린 강력범죄가 이어지면서 알바생들이 떨고 있다. 알바생들은 긴급신고 버튼 하나에만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라 더 강화된 안전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22년 편의점 발생 범죄 1만6435건…"술 취해 치근덕대기도"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발생한 범죄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18년 1만3548건에서 2019년 1만4355건, 2020년 1만4697건, 2021년 1만5489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2022년에는 1만6435건까지 늘었다. 절도(6994건)와 폭행(2167건), 강제추행(277건), 협박(231건), 강도(32건) 등 범죄 유형도 다양했다. 살인미수(1건)와 강간(3건), 방화(6건)도 있었다.
편의점 알바생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20대 고모 씨는 "업무가 쉽다고 해서 일을 시작했지만 일하는 내내 긴장 상태"라고 토로했다.
1년6개월 동안 편의점에서 일했다는 김모(23) 씨도 "새벽에 노숙인들이 들어와 카운터를 힐끔거리거나 빤히 쳐다볼 때면 무섭다"고 털어놨다.
여성 알바생들의 공포는 더 심했다. 20대 김모 씨는 "야간 업무를 할 때면 언론에 보도됐던 범죄가 실제로 일어날까봐 무섭다"며 "나이가 어리고 여자라서 범죄상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모(26) 씨도 "술 취한 사람들이 치근덕거리는 경우가 많다"며 "'오빠랑 언제 술 마실 거냐', '마스크 벗어라'고 할 때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긴급신고 버튼' 있지만 휴대 안 되고 교육도 부족
편의점 알바생들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사실상 긴급신고 버튼뿐이다. 경찰청과 편의점 프랜차이즈 업계는 지난 2017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원터치 신고 시스템'을 설치했다. 편의점 근무자들이 긴급신고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112·182 신고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GS25와 세븐일레븐 등 대부분 편의점은 포스기의 모니터나 키패드에 긴급신고 버튼을 설치해 두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모든 매장에 버튼을 설치했다"며 "3초 이상 누르면 112상황실로 신고가 자동 접수돼 인근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이 긴급 출동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편의점에 버튼을 설치해야 한다는 별도 규정은 없지만 범죄 예방을 위해 정책적 차원에서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편의점 알바생들은 버튼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버튼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씨는 "두 곳의 편의점에서 일한 적 있는데 한 번도 버튼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 없다"며 "실제 범죄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씨도 "긴급상황 발생 시 버튼을 누르라고 들은 게 전부"라며 "버튼을 실제로 눌러본 적 없어서 눌렀을 때 경찰이 바로 올지 의문이다. 소리도 나지 않는데 차라리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사이렌 소리가 크게 나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긴급신고 버튼 외에도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긴급신고 버튼이 있지만 포스기 앞에 고정돼 있어 포스기 앞까지 와야지만 누를 수 있다"며 "알바생이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비상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도심권에서 24시간, 야간까지 영업하는 곳은 편의점이 유일하기 때문에 알바생들이 폭력 사건에 노출될 개연성이 높다"며 "폐쇄회로(CC)TV를 잘 설치하는 것은 물론 눈에 띄게 설치해야 한다. 범죄행동을 했을 때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장치가 명확하게 보여야 범죄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