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이태원 참사를 방지할 적절한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혐의를 받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참사 발생 447일만, 경찰이 송치한 지 371일 만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19일 김 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당직 근무를 한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과 112 상황실 간부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핼러윈 축제 당시 대규모 인파 운집으로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158명을 숨지게 하고, 312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청장이 당시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지휘·감독도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류 전 과장 등 2명은 당시 대규모 인파 운집과 관련한 112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김 청장 등 상급자에게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용산경찰서 정보관들에게 핼러윈 대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이미 재판 중인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도 증거인멸교사·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재판 중인 파일 외에 삭제 지시를 내린 관련 파일이 추가로 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참사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지난해 1월4일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사고 인지 시간을 허위로 증언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은 최성범 전 용산소방서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최 전 서장이 사고 발생 인식 후 바로 현장으로 이동해 구조에 착수한 점, 소방 차량 대수가 재난업무가이드 기준을 충족한 점,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을 종합한 결과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전 과장에 대해서도 관련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어 구체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해 1월 김 청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 검찰은 1년여 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지난 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회부했다.
수심위는 지난 15일 참사에 대한 적절한 안전대책을 구축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 김 청장을 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심의위원 15명 중 공소제기 의견 9명, 불기소 의견 6명으로 의결했다. 당초 서울서부지검은 수심위에서 김 청장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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