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로 공소제기를 요청한 감사원의 고위 간부의 뇌물 사건을 수사 자료를 검찰이 공수처로 반송했다. 공수처는 사건 접수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12일 감사원 고위 간부 뇌물 혐의 사건에 대해 증거와 법리에 대한 의견을 부기해 공수처로부터 송부받은 관계 서류와 증거물 일체를 공수처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공소 제기를 요청한 사건을 검찰이 반송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고려하면 검찰에서도 별도의 증거 수집이나 법리검토를 진행해 범죄 혐의를 재검토하고 판단, 결정하기보다는 공수처에서 추가 수사를 진행해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24일 감사원 고위공무원 뇌물수수 등 사건에 대해 공소제기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검찰에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했다.
검찰은 "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형사5부에 배당해 수사기록의 증거관계와 법리를 면밀히 검토했다"며 "그 결과 현재까지 공수처 수사 결과만으로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곧바로 일방적이고 법률적 근거 없는 조치라며 사건 접수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26조에 따라 해당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를 하면서 사건 수사기록과 증거물 등 일체를 검찰로 송부한 것"이라며 "과거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와 관련, 조희연·김석준 전 교육감 사건, 김웅 의원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건 등에서 압수수색 등 보강 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 처분을 한 사례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위 사례처럼 공수처가 공소제기 요구한 해당 사건에 대하여 자체 보강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 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공수처는 검찰의 사건 이송이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고 판단하여 접수 거부를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부터 감사원 국토·해양감사국에서 과장으로 근무한 A 씨는 업무 시간에 직무와 연관된 건설업체 관계자와 동남아 여행을 다녀와 2021년 9월 내부 감사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같은 해 10월 A 씨가 건설업체 등에서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했다.
공수처는 2022년 2월 A 씨를 정식 입건하고 건설업체와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고위 경찰을 상대로만 기소권을 갖고 있어 A 씨를 직접 기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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