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택시기사 협박' 혐의 회사 대표 "화분 던지려 했을 뿐"


첫 재판서 "고인 사망과 무관" 혐의 부인

임금 체불에 항의하고 완전월급제 도입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다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고(故) 방영환 씨에게 폭언과 협박을 일삼았다는 혐의를 받는 운수회사 대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만 인정했다. /이윤경 인턴기자

[더팩트ㅣ이윤경 인턴기자] 임금체불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다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고(故) 방영환(55) 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 운수회사 대표 정모(52) 씨가 첫 재판에서 "사망과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최선상 판사는 11일 오전 근로기준법 위반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상해, 특수협박, 모욕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씨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정 씨가 지난 4일 법원에 보석을 신청해 이날 보석 심문도 함께 진행됐다.

정 씨 측 변호인은 "고인의 사망은 피고인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폭행할 의도가 없었다"며 "폭행과 협박에 준하는 행위를 통해 집회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광고판 지지대와 화분을 던지려던 혐의는 인정한다"고 했다.

정 씨 측은 "피고인은 6개 택시 회사와 2개의 호텔, 배우자와 2명의 미성년 자녀가 있다"며 "피고인이 처벌을 두려워해서 회사와 가족을 내팽개치고 도망갈 이유가 없다"고 보석 허가도 요청했다. 이어 "관련 증거 자료를 모두 제출했고 2020년에 뇌출혈로 쓰러져 아직 아프다"고도 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택시운영회사 대표가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힌 갑질 범죄"라며 "근로자의 인격권과 생존권, 노동권에 대한 탄압일 뿐 아니라 분신에 결정적 이유를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또 "피고인은 임금체불 13회의 형사처벌 경력이 있음에도 폭력을 행사했다"며 "미안한 감정이나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상당하다"며 보석 불허를 요청했다.

방 씨 유족 측은 "장기간 피해자를 괴롭혀왔고 폭행·특수협박 등이 우발적인 범죄가 아니라 분신 사망이라는 중대 결과를 초래해 절대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 "피해자 요구는 보상 뿐 아니라 사업장의 전반적인 노동 개선과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 앞서 공공운수노조와 유족은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과 편법으로 회사가 수천억원의 재산을 불리는 동아 피해는 시민과 노동자의 몫이었다"며 정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정 씨는 지난해 3월24일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방 씨의 턱을 손으로 밀치고, 4월10일 폭언과 욕설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8월24일에는 1인 시위를 하던 방 씨에게 화분 등을 던지려고 위협한 혐의도 있다.

방 씨는 지난해 3월부터 임금체불과 완전월급제 시행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방 씨는 9월22일 정 씨의 처벌을 원하는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한 뒤 같은 달 26일 회사 앞 도로에서 몸에 휘발성 물질을 끼얹었다. 방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분신 열흘 만인 10월6일 결국 숨졌다.

정 씨의 다음 재판은 25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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