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이하 한국위)에 사기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11일 오전 10시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국위가) 유엔기구인 것처럼 엠블럼 표기를 해 유엔기구로 오인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국위 출범식에 축전을 보낸 사실과 박수현 당시 청와대 전 대변인이 출범식에 참석한 점을 근거로 들며 "SH도 전혀 책임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사기를 당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의 축전과 같은) 모든 자료를 근거로 SH 직원들은 그대로 (한국위를) 믿고 지난 3년간 사회공헌활동이라고 행사를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H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한국위와 협약을 체결해 청(소)년 대상 사회공헌활동 'SH어반스쿨' 사업을 진행하며 주거권 교육 및 해외 탐방 등의 사업을 공동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6일 '한국위가 유엔해비타트에 공식 인가를 받지 않은 사단법인'이라는 <더팩트> 보도가 나오자 같은 해 7월 21일 한국위와 업무 협약을 해지하고 추가로 공동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유엔 해비타트는 인간 정주와 도시를 관장하는 유엔 산하 기구로 1978년 정식 설립됐다. 케냐 나이로비에 본부를 두고 193개 유엔 회원국과 협력하고 있다. 주거·도시·청년 일자리 등을 통해 '보다 나은 도시의 미래'라는 비전을 목표로 세웠다.
SH는 한국위원회 측과 그간 사업추진 경위 등에 대해 법적 조치할 사항이 있는지 검토한 결과 9일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추가로 민·형사상 법적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위와 협약을 맺기 전 단체의 인가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고 국회사무처에서 승인까지 한 단체라 실무진들은 별 의심 없이 협약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검증을 제대로 못한 책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당연히 져야 한다"며 "내부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사업도 문제가 없는지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실무 부서에서 들여다봤고 감사실에서 별도로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필요하면 외부감사도 의뢰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SH어반스쿨을 3년간 진행하며 투입된 예산 3억9800만 원을 전액 환수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김 사장은 "전액 다 보상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행사에 실질적으로 사용된 돈도 있고 그런 부분은 별도로 손해금액을 산정해서 (청구)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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