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옛날에는 부유한 집안에서나 사진을 찍었지, 학교 졸업사진 말고는 사진 찍은 기억이 없어요. 옛 생각도 많이 나고 너무 좋았어요."
서울 도봉구 '청춘 사진관'을 찾은 강경자(75) 씨는 "나에게도 이렇게 예쁜 모습이 있었구나" 싶어 눈물을 글썽였다.
'청춘사진관'은 어르신들이 옛날 교복, 개화기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은 뒤 AI 기술로 젊은 시절 사진으로 바꿔주는 사업이다. 어르신들의 현재 모습을 기록하는 기존 장수사진 사업을 확대 보완했다.
강씨는 방학동 어르신복지관의 소개로 사업에 참여했다. 구청으로 향하는 길은 설레면서도 긴장됐는데 촬영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옛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이후 약 50년 동안 남편과 사업을 했다"며 "나를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남편도 돌보고 아이들을 키우며 힘든 삶을 살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진에) 주름이 없으니까 울컥했다"며 "정말 바쁘게 살았다. 먹을 거 못 먹고 입을 거 못 입고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살아왔다"고 말했다.
첫 순서로 사진을 찍었다는 송인숙(75) 씨도 젊은 시절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과거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도 생겼다.
송씨는 "그 때 추억도 많이 떠올랐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활동했던 생각들이 스쳤다"며 "젊은 시절 모습보다 더 예뻐서 내가 이 세상에 없어지더라도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함께 손을 맞잡고 새로운 추억을 남기는 부부도 있었다. 젊은 시절 데이트를 하던 기억에 코끝이 찡해졌다고 한다.
아내 김영림(74) 씨는 "고등학생 때 입었던 교복을 입고 학교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며 "교복을 다려서 입었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남편 최일청(80) 씨는 "부산에서 살다가 서울에 와서 친구도 없고 외로웠는데 사진을 찍어보니 좋았다"며 "전시회도 당연히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도봉구는 어르신들의 현재와 AI 기술로 구현한 과거 모습의 사진을 본인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다음주 구청 로비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도봉구 관계자는 "장수사진 지원 사업 만족도가 매우 높아 어르신들의 행복하고 활기찬 모습을 담아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을 고안했다"며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앞으로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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