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77일만에 재개됐지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 주요 증인 신문이 무산되며 또다시 공전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9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부지사의 51차 공판을 열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 "재판부가 검찰의 유도신문 및 기소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증인신문을 허용하는 등 예단과 선입견을 갖고 있다"며 법관 기피를 신청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면서 이날 약 3개월만에 재판이 다시 열렸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반대신문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한 후 이를 다시 숙고하겠다고 번복했다. 당초 이날 공판에서는 김 전 회장을 비롯해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에 대한 변호인 측 반대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김현철 변호사는 "김성태와 안부수가 이 법정에서 끊임없이 모순된 거짓말로 새로운 진술을 이어가기 때문에 기회를 주지 않을 생각으로 반대신문권을 행사하지 않으려 했는데 피고인이 방금 다시 생각해보자고 해서 다음 기일 이전까지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김성태와 안부수는 3개월 전부터 증인으로 예정돼 있었다"며 "결심이 다가오는 시점에 이제와 또다시 재판을 더 지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발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서도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고 맞섰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 전 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이 전 부지사의 증거인멸교사 혐의 범행 시점을 '2021년 10월 19일'에서 '10월 초순경'으로 변경해달라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이 전 부지사는 "범행 시점조차 특정하지 못한다"며 공소 철회를 주장한 바 있다.
이어 "대북송금 관련 북한 조선아태위가 대북제재 대상자인지 여부도 사실조회를 통해 피고인의 변론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도 추가 증인으로 신청할 뜻도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사실조회에 대한 입증취지를 밝혀 최대한 빨리 신청하고 다음 기일 신 전 국장을 포함해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신속 심리'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검찰은 "변호인 주장대로면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얘기"라며 "이 사건은 이 재판부에서 1년 이상 충실하게 심리했는데 만약 재판이 지연돼 1심 선고가 뒤늦게 난다면 사실상 법관 기피신청 목적이 달성되는 셈이니 최대한 신속하게 심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기일은 오는 1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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