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회는 육아친화적?…"서울시 별도정원 도입해야"


박상철 서울시공무원노조 위원장 인터뷰
"육아휴직·육아시간 제대로 활용 못해"
"오세훈 시장, 한 배 탄 처지…상생해야"

박상철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28일 오후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헌일 기자

[더팩트ㅣ이헌일·김해인 기자] "육아휴직 결원에 대비해 별도정원을 운영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박상철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이하 서공노) 위원장은 공무원 사회에 시급한 과제로 실효성 있는 육아지원 체계를 첫 손에 꼽았다.

박 위원장은 지난 28일 서공노 사무실에서 가진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노사실무회의에서 육아정책을 두고 올린 제목이 '부러운 육아정책'이었다"며 "육아하는 사람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돼야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서공노는 사업소를 포함한 서울시청 본청 소속 공무원 1만여 명 중 4600명 가량이 소속된 1노조다. 박 위원장은 올 6월 임기를 시작한 뒤 노조원들의 뜻을 모아 육아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춰 시와 협의를 지속했다.

공무원 조직은 육아 분야에서 민간보다 제도적 지원이 낫다고 알려졌다. 실제로는 아이 낳고 키우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판단이다. 특히 인력지원 문제로 있는 제도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얼마 전에 출산휴가 들어간 노조원이 있었다. 출산예정일은 9월인데 대체인력이 오려면 정기인사철인 7월에 (출산휴가를) 써야했다. 그래서 미리 출산휴가를 쓰고 두 달 동안 아기는 뱃속에 있었다"고 예를 들었다.

이를 위해 국가직에서는 법무부훈령으로 2012년부터 시행 중인 별도정원제 도입을 제안했다. 안정적이고 대규모인 조직 특성 상 육아휴직 결원 비율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니 그만큼을 별도정원으로 확보해 결원 발생 시 투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국가직은 10년 전에 도입했는데 지방직은 아직이다"며 "유연근무, 단축근무 등 다른 제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육아휴직 결원만큼 별도 인원을 잡아서 보충해주는 게 더 효과적인 대책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철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공무원 사회에 시급한 과제로 실효성 있는 육아지원 체계를 첫 손에 꼽았다. /남용희 기자

인력과 함께 경제적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1년간 보수의 일부분을 지급받는데 실수령액이 70만 원 수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본청 외에 여러 사업소로 구성된 조직 특성에 맞춰 직장어린이집을 더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예컨대 서울대공원, 미래한강본부, 뚝도정수장, 동부여가센터 등 근무인원이 충분한데도 직장어린이집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본청 서소문청사의 경우에도 직장어린이집은 있지만 주차 문제로 실제 아이를 맡기기 어렵다"며 "복잡한 지하철, 버스를 아이와 같이 타고 출근하기는 무리"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같은 지원을 전담하는 부서 설치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내부의 문제점 파악부터 계획 수립·실행, 조직문화 개선까지 총괄적으로 업무를 전담하는 인원이 있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공노는 이런 제도 개선을 위해 시와 지속적으로 노사협의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만 5세 이하 자녀를 가진 공무원에게 24개월 간 1일 2시간씩 근무를 줄여주는 육아시간을 6~8세에도 12개월 추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밖에 최근 시가 발표한 일·육아 동행 근무제에도 협의 내용이 일부 반영됐다.

박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과 우리 노조는 한 배를 탄 처지다. 시와 노조가 대척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생해야 한다"며 "오 시장도 의견을 교환하며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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