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따라 다르다…장애인 웹접근성 자치구별 10배 격차


웹 접근성 준수율 최대 10배 차
예산 부족·낮은 인식이 주 원인
"인증마크 없으면 과태료 물려야"

장애인과 고령자가 편리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웹 접근성이 서울 25개 자치구마다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별로 비교하면 최대 18배까지도 차이가 나타나 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웹 인증성 품질마크를 부착한 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시 홈페이지 갈무리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장애인과 고령자가 편리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웹 접근성이 서울 자치구별로 격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나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도 양극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장애인인권센터가 올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를 포함한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정보통신접근성 준수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웹 접근성 준수율이 낮은 자치구는 3.3%, 높은 자치구는 33.3%로 격차가 10배에 달했다.

웹 접근성(Web Accessibilty)은 장애인과 고령자가 편리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서비스하는 개념을 말한다. 시각장애인은 텍스트를 음성으로 전달해주는 '화면낭독기'가 갖춰져야 하고 청각장애인은 동영상에 자막을 입히는 등이다. 발달장애인은 쉬운 말로 표현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식 지정한 세 인증기관에서 1년마다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2.1'을 준수한 사이트에 사전심사와 전문가 심사, 사용자심사 등을 거쳐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웹 접근성 준수율은 자치단체 대표사이트와 보건소 등 유관사이트들의 인증마크 획득 비율을 말한다. 인증마크는 구청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유관 사이트들도 따로 획득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자치구일수록 유관사이트 개수도 많다.

지난 2013년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국내 모든 기관 및 기업 웹 사이트의 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됐다.

다만 웹 접근성 준수의 한 방법인 인증마크 획득은 자율이다.

이렇다 보니 25개 자치구의 웹 접근성 준수율도 제각각이다.

특히 33.3%로 준수율이 가장 높은 동작구와 3.3%를 기록한 강서구는 10배 차이가 났다. 동작구는 9개 사이트 가운데 3개 사이트의 웹 접근성 인증을 받았다. 강서구는 30개 사이트 중 1개가 인증을 받았다.

강서구 관계자는 "정보 소외계층의 웹사이트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2024년도에는 구민들이 많이 찾는 대표 홈페이지 외에 보건소 및 주민센터, 구청장실 홈페이지까지 웹접근성 품질인증마크를 획득하겠다"고 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2022년 1월 10일 휠체어를 타고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수원시

장애인 비율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노원구는 대표사이트인 구청을 포함한 보건소 등 11개 웹사이트 전체가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인증마크를 획득하지 못했다. 다만 올해 초 노원구청 사이트가 웹 접근성 인증마크를 획득했고 뒤이어 노원구보건소도 인증 마크를 부착해 2년 연속 준수율 0에서 20%로 크게 개선됐다.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정보 불평등이 큰 실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1년 웹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장애인의 인터넷 사용률은 91.9%, 장애인의 인터넷 사용률은 78.3%다. 이미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정보 접근이 불평등한데 교육, 보건, 복지서비스 등의 주요 웹사이트들이 사는 곳에 따라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정보 불평등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치구마다 편차가 심하게 나는 배경으로는 예산과 인식 부족이 꼽힌다.

장애인인권센터 관계자는 "조사대상기관 담당자가 미준수 이유로 '예산 없음'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며 "2021년보다 웹 접근성 준수를 대부분 인식은 하고 있었으나 실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신규담당자는 해당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웹 접근성 인증마크를 획득하지 못하면 과태료를 물려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센터 관계자는 "처벌조항이 있지만 장애인과 노인이 접속을 못해서 피해를 입었을 때에야 비로소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며 "피해를 입기 전에 인증 마크를 받지 못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증 마크 획득에서 끝날 게 아니라 사후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인환 장애칼럼니스트는 "일단 인증을 받고 나면 지속적인 유지·관리에는 손을 떼는 경우가 있는데 사이트가 업데이트되면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해진다"고 꼬집었다.

예산만 탓할 게 아니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태료를 매기는 등 강제성을 부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중들의 인식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비장애인이 모든 웹사이트나 유튜브 등 미디어에 접근을 못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그걸 왜 장애인은 참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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