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고양=이덕인·이상빈 기자]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시간 중 교사와 학생이 몸싸움을 벌여 이와 관련해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현재까지 양측은 교권 침해와 학생 인권을 내세우며 날 선 견해차를 보입니다.
사건의 경위를 알기 위해 몸싸움이 발생한 해당 중학교의 A 학생과 B 교사, 학교 관계자 등과 접촉했습니다. 사건은 지난 10월 6일 경기 고양 일산서구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졌습니다.
A 학생 주장을 따르면 7교시 수업종이 막 울리고 친구에게 평소 쓰는 'ㅇㅇ'이라는 욕설을 했고, B 교사는 그 욕이 본인을 향했다 생각해 A 학생에게 교무실로 가라고 지시했습니다.
A 학생은 억울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자, B 교사는 A 학생 멱살을 잡고 의자에서 일으켰습니다. 이후 A 학생의 겉옷을 끌어당겨 교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A 학생/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ㅇ중학교: (교실에서) 크게 욕하지 않았고 친구한테 한두 마디 했는데 선생님이 오셔서 "너 뭐라고 했느냐"며 교실 문으로 끌어당기고 제가 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멱살 잡고 들어 올리시고...]
복도에서 실랑이는 계속됐습니다. B 교사는 A 학생이 이동하지 못하게 양팔로 막으며 나무랐습니다. A 학생은 흥분해 소리 질렀고, 현장에 도착한 다른 교사들이 A 학생의 양팔을 잡고 교무실로 향했습니다.
[A 학생/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ㅇ중학교: 교실 밖에 나가서는 (선생님이) 강제로 끌고 가서 손 넓게 펼쳐 저 못 가게 밀치고요.]
B 교사의 주장은 A 학생과 다릅니다. 지난 10월 26일 해당 중학교에서 진행된 교권보호위원회의 심의 결과문을 보면 A 학생의 욕설은 B 교사에게 향했고, 몇 차례 훈계에도 태도가 불량해 B 교사는 A 학생의 겉옷을 잡고 복도로 나왔습니다.
복도에서 A 학생은 다른 교사들 앞에서 B 교사를 향해 한 차례 욕을 더 했습니다. 이후 교무실에서 나가려는 A 학생을 막기 위해 B 교사는 양팔을 벌렸고, 그 과정에서 A 학생은 B 교사의 가슴 부위를 두 차례 밀쳤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B 교사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기자: ㅇㅇㅇ학생을 만나봤거든요.]
[B 교사/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ㅇ중학교: 일단 저는 공식적으로 대응하고 있고요. 전화 끊겠습니다.]
양측 주장이 상반된 가운데 정확한 확인을 위해 27일 오후 해당 중학교를 찾았습니다. A 학생과 같은 반 학생들을 무작위로 만나 당시 상황을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A 학생은 친구를 향해 욕설했고, 이를 오해한 B 교사는 A 학생에게 교무실로 가라고 한 차례 언급했습니다. A 학생은 친구에게 한 욕설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B 교사는 A 학생의 어깨 쪽 겉옷을 잡고 교실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복도에는 CCTV가 존재했지만, 녹화 기간이 지나 확인이 불가했습니다. 다만 한 차례 실랑이가 끝난 복도의 모습과 교무실에서의 상황은 주변 교사들이 촬영한 영상으로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영상 속 A 학생은 격양된 모습을 보이며 B 교사에게 한 차례 욕설을 합니다. A 학생과 B 교사의 대립은 교무실까지 이어지다 주변 교사들의 만류로 상황은 정리됩니다.
A 학생은 학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수업 중 욕설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B 교사의 완력과 조롱에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학교 측은 이번 사건을 긴밀히 들여다보고 상황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A 학생은 학교 측이 이번 사건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권 침해와 학생 인권 대립은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010년 초등학생을 구타한 오장풍 교사 사건 영향으로 서울시의회는 2012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습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교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육계의 입장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024년 새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본립도생(本立道生)'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본립도생은 '기본이 바로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교권 추락으로 유독 뜨거웠던 2023년을 뒤로하고 새해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이 기본으로 돌아가 협력하는 학교를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2024년은 교육공동체에 난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해가 돼야 한다"며 "본립도생 정신으로 교사의 즐거운 가르침과 학생의 행복한 배움이 넘치는 학교가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