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소득보장 모델인 안심소득이 참여자들의 근로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열고,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안심소득은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중위소득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소득보장 모델이다. 지난해 중위소득 50% 이하를 대상으로 1단계 시범사업 지원가구 484개 가구를 선정했으며, 올해는 중위소득 85% 이하로 대상을 확대해 지원가구 1100개 가구를 선정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및 소득 격차 완화에 대한 효과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참여가구를 대상으로 5년간 성과평가를 실시한다. 이번 중간조사는 안심소득 지급 중 실시하는 반기별 총 5회의 중간조사 중 첫 번째 발표다.
이날 포럼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DDP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특별대담에서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대 교수와 '복지 사각 및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새로운 보장제도 모색'이라는 주제로 국내 실정에 맞는 복지제도를 논의했다. 뒤플로 교수는 빈곤 퇴치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인사다.
뒤플로 교수는 "많은 경제학자는 일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한다"며 "이런 우려는 과장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오 시장은 "안심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는 달리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어도 자격이 유지되며, 소득이 적을수록 많이 지원받는 하후상박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실업, 폐업 등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스스로 가난하다고 증빙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안심소득을 지급하기 때문에 현행 복지제도와는 달리 근로 의욕을 저하하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포럼의 기조 강연은 '안심소득 제도의 근거와 증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뒤플로 교수는 "빈곤국의 경우 보편적 기본소득이 적합하다"면서도 "한국과 같이 지원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행정 역량을 갖춘 국가는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별 지원은 세금 정보를 기반으로 사전에 지원받을 수 있는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면 제도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해 권리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1단계 시범사업 참여 1523가구로, 설문 자료와 공적 자료를 기반으로 결과를 분석했다.
주요 결과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높은 탈수급 비율 △지원가구의 근로소득 증가 △비교가구 대비 지원가구의 식품·의료서비스·교통비 등 필수 재화 소비 증가, 정신건강 및 영양 개선 등이다.
특히 지원가구 중 23가구(4.8%)는 지난달 기준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85% 이상으로 증가해 더 이상 안심소득을 받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선정 당시 소득 기준인 중위소득 50%를 수급 이후 초과한 가구도 56가구(11.7%)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으면 수급자격이 박탈되지만, 안심소득은 더 폭넓게 지원하기 때문에 근로의욕 저해 요인이 적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세션은 '해외 소득보장 정책실험 사례 공유'를 주제로 열렸다. 마크 샌더스 미국 시카고시 가족지원서비스부 부국장과 애론 스트라우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 가족을 위한 지역사회 투자부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가 각 도시의 실험 사례를 발표했다.
션 클라인 스탠포드대 기본소득연구소 소장은 '조건 없이 현을 지원하는 현대 실험'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포럼 2일차 특별세션에서는 소득보장 정책실험에 관심있는 도시·연구기관이 '세계 소득보장 네트워크'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날로 심화되는 소득격차 및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가 주도해 국제적 협력 체계를 본격 가시화하는 자리로, 내년에는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어지는 세번째 세션에서는 캐나다 경제학자 크레이그 리델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명예교수의 발표를 시작으로 '소득 격차 및 빈곤 완화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이후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주재로 패널 토론을 진행한다.
포럼은 시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복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절실함 하나로 많은 반대와 우려 속에 시범사업을 시작했다"며 "더 많은 시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새로운 복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캐나다, 핀란드 등 세계 각국의 경제·복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포럼이 빈곤과 소득 격차가 완화된 미래사회를 디자인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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