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대 피해' 伊 헬스케어 펀드 판매 전 은행원 징역 9년


재판부 "피해 크고, 범행 수법 매우 불량"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일어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의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판매해 고객들에게 1100억원대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 전 하나은행 차장이 1심에서 징역 9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영봉 기자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1000억원대 피해를 부른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고객에게 판매한 전 하나은행 직원이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명재권 부장판사)는 1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모 전 하나은행 차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5575만원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신 씨의 사기범행에 따른 피해액이 1100억원에 달할 만큼 피해가 실로 크다"며 "증권 전문직 종사자로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허위내용을 포함한 사모펀드가 전국적으로 널리 판매되도록 해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현저히 떨어뜨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신 씨는 지난 2017년 10월~2019년 9월 하나은행 투자상품부에서 근무하며 "이탈리아 국가 부도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면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의 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현지 지방 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상품이다. 총 1528억원가량이 판매됐으나 2019년 말부터 투자금 상환 연기 및 조기 상환 실패가 발생했고 이듬해 판매가 중단됐다. 피해자는 390여명, 피해액은 11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환매 중단 피해자들은 2020년 7월 하나은행과 자산운용사 7곳, TRS(총수익스와프)증권사 3곳 및 임직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신 씨는 환매 중단 사태 전인 2019년 9월 하나은행에서 퇴사한 뒤 싱가포르로 출국했다가 2022년 12월 자진 귀국해 체포됐다. 검찰은 지난 1월 신 씨를 구속 기소했다.

신 씨는 2019년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영국 컨설팅업체 직원 최모 씨에게서 다른 펀드를 하나은행에서 판매해주는 대가로 약 1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특경법상 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 씨는 이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최 씨에게는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내려졌다. 최 씨 측은 4월 약 5000만원을 신 씨에게 건넨 혐의는 대가성을 인정했지만, 7월에 건넨 약 4000만원은 '계약대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씨는 이날 판결 이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울먹거렸다.

앞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6월 해당 사건에 대해 하나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투자자별로 각각 80%, 75% 배상을 결정했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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