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기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기존 대법원 재판에만 허용되던 재판 생중계를 1심 재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에 따라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는 최근 법원행정처에 '사법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재판중계방송 중심의 법원방송 시스템 구축방안에 관한 연구' 정책용역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구소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들은 방청 수요가 많아 법정 수용인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재판중계방송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재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선고 과정에서 어떻게 정의가 구현되는지 등에 대해 국민의 신뢰도를 높일 필요성은 하급심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헌법 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법원조직법상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촬영‧중계방송 행위가 금지된다. 허가받기 위해서는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재판장은 '공익이 인정되는 경우‧피고인이 동의하는 경우'에 한해 신청을 허가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선고 공판은 하급심으로 첫 생중계된 사례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인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생중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자필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공공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중계방송을 허가한다"고 했다. 같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심 재판을 받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경우 "피고인이 재판 중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계를 허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 2017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심 선고 공판도 "중계로 발생하는 피고인의 불이익이 공공의 이익보다 크다"며 중계를 불허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공개 구두변론을 인터넷방송으로 실시간 중계하는 등 재판 중계방송을 적극 허용하고 있다. 다만 법원 주도가 아닌 방송사 등 언론기관에서 중계 요청을 하면 법원이 허가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재판 생중계에 찬성한 반면 재판 당사자인 검사와 판사는 각각 48.5%, 44.7%만 찬성하는 데 그쳤다.
다만 법조계에서도 재판 생중계 허용이 어느정도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고인의 사생활이나 판사의 신변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서 일반적인 모든 사건까지 중계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공개재판의 원칙상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 생중계 자체를 막을 명분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 입장에서는 생중계가 유죄를 이끌어내는데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들의 경우 처벌해야 하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는 나쁠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한 로스쿨 교수도 "예산 등 비용 문제만 해결된다면 법원방송을 통해 재판을 볼 수 있어 국민들 입장에서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는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재판 당사자들도 방송을 의식하고 재판에 임하는 언행에 조심한다면 그것 역시 괜찮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대법원은 조만간 법원행정처 산하에 법원방송 시범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 법원방송을 통해 1심 주요재판을 중계한다는 게획이다. 사법부 수장 공백을 깨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사업 추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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