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근무 거부한 워킹맘…대법 "사업주에 육아 지원 의무"


부모의 자녀양육권,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 인정
"육아로 근무 지시 거부한 노동자 해고는 부당"

육아 때문에 공휴일 근무 지시를 따르지 않은 여성 노동자를 사실상 해고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회사에 소속 노동자의 육아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육아 때문에 공휴일 근무 지시를 따르지 않은 여성 노동자를 사실상 해고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회사에 소속 노동자의 육아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B 씨는 만 1세, 6세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도로 유지관리 용역회사에서 8년간 영업관리팀 서무주임으로 일했다. 용역회사가 A사로 바뀐 뒤 고용승계된 B 씨는 초번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서라는 지시를 받았다. 앞선 업체에서는 양육 지원을 위해 초번근무는 면제해줬고 공휴일에도 근무하지 않았으며 다른 영업소의 서무주임도 공휴일에는 일 하지 않았다. 그는 오랜 근무형태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시를 거부했다. 이에 B 씨는 근태 평가에서 큰 감점을 받아 근로계약이 해지됐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재심판정을 하자 A사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2심에서는 승소로 뒤집혔다. 공휴일 근무지시는 정당하고 회사가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하지않아 B 씨가 초번·공휴일 근무를 할 수 없었던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헌법은 부모의 자녀양육권을 중요한 기본권으로 정의하며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는 만 8세 이하,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규정한다. A사가 이같은 의무 이행이 부족해 B 씨가 초번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B 씨는 시용기간 중이었다. 시용기간이더라도 계약 해지는 해고에 못지않게 사회통념상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더구나 B씨는 고용승계된 상황이므로 더 엄격하게 계약해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B 씨는 업무수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공휴일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영업소 운영은 별 지장을 받지도 않았다. 회사는 B 씨가 초번근무나 공휴일 근무를 하면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다소 엄격한 기준에 따라 원고가 시용기간 및 평가과정에서 육아기 근로자인 B 씨에 대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를 다했는지 심리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지만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며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사업주는 소속 근로자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의무가 있다고 최초로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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