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이윤경 인턴기자] "1등급이었는데 3등급으로 떨어졌어요."
8일 오전 9시20분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김민서(18) 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국어만 '집중 공략'했다는 김 군은 6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과목 1등급을 받았지만 이날 받은 성적표에는 '3등급'이 적혔다.
김 군은 "예상은 했지만 당황스럽다"며 "시험 결과에 만족하는 친구들은 반에서 1~2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전국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됐다. 고3 학생들은 오전 8시50분께 성적표를 받은 뒤 오전 9시가 넘자 하나둘씩 학교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김도현(18) 군도 "누군가를 원망할 수는 없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 시험은 아닌 것 같다"며 "정시를 준비할 것 같다. 주변에 최저를 맞추지 못해 논술을 보러 가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군의 손에는 꼬깃꼬깃해진 국어 시험지가 쥐여 있었다. 굳은 표정이 '역대급 불수능'이었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정부가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강조한 이번 수능은 주요 영역이 모두 까다롭게 출제돼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지난 7일 발표한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국어 영역의 경우 시험이 어려우면 높아지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이었다. 지난해 수능(134점)보다 16점 상승했다. 2019학년도 수능과 함께 역대 수능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가운데 가장 높았다.
수학 영역도 지난해보다 어려웠다. 영어 영역 역시 절대평가 도입 이래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다.
이에 따라 수시에서 주요 대학이 요구하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해 탈락하는 학생들이 속출할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강규환(18) 군은 "원래 실력보다 너무 못봤다"며 "수시로 넣은 학교 중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춘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수능이 어렵게 나와서 최저를 맞추지 못한 인원이 정시로 이월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재수생들도 울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재수생 최유진(21) 씨는 "성적이 아쉽지만 이만큼 했으면 만족한다"면서도 "수시는 포기했다. 정시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수생 기대훈(24) 씨도 "국어에서 실패한 것 같다"면서도 "자퇴를 할 정도로 가고 싶은 학과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정시에서) 적정·상향을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각 대학이 어떤 지표를 반영하는지, 영역별 반영 비율이 어떤지 등을 숙지해 정시 원서 접수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성적이라도 대학별로 합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불수능일 때는 표준점수의 최고점과 최저점의 격차가 커서 오히려 전략을 세우는 게 쉽다"며 "같은 점수라도 어떤 대학이 어떤 지표를 반영하는지 등에 따라 대학 유불리가 달라진다. 자신의 성적이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유리한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높은 성적을 얻은 영역의 반영 비중이 높은 대학에 지원하는 것도 합격률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A 대학은 수학을 40퍼센트 보지만 B 대학은 수학을 30퍼센트만 본다"며 "'대학별 환산 점수'를 확인해 목표 대학을 빨리 설정하고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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