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연천=배정한 기자] "3대가 100년을 살았습니다. 30년간 악취와 대기 오염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제 또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으로 계속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우리도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습니다."
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대전리 복지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마을 바로 옆에 자리 잡은 SRF열병합발전소(씨에스에너지㈜)의 허가 소식을 전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1년 동안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반대했지만 결국 연천군은 발전소 가동을 최종 승인했다.
아직도 주민들은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반대하고 있고, 연천군과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청산면 주민들은 SRF열병합발전소를 왜 반대하는가?
한탄강을 끼고 있는 청산면 대전리는 산업단지와 마을이 공존하고 있다. 산업단지에는 섬유 염색 공장이 15개 업체 이상 입주해 있고 스팀을 생산하는 SRF 소각장과 우드칩 소각장도 있다. 또 인근에는 아스콘 공장과 건설폐기물처리장도 두 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악취와 수질오염, 대기오염, 비산먼지 발생 등 인근 마을 주민들은 환경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취재진이 산업단지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매캐한 냄새를 바로 맡을 수 있었다. 냄새를 맡는 순간 '이런 곳에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 상황이었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누리며 살고 있던 마을에 갑자기 산업단지가 들어선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고, 마을이 산업단지를 품고 있는 형국이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은 1980년대부터 한센인들이 들어와 돼지 축사를 지어 불법으로 가축을 사육하기 시작했다. 이후 창고를 지어 섬유 염색 공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고 30년 가까이 악취와 수질오염, 대기오염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마을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오랜 시간 무허가 공장들의 불법 행위들로 인해 피해가 컸고 수많은 민원이 누적돼 왔다. 경기도와 연천군에서도 이를 모른 척 남겨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10년부터 산업단지 조성 움직임이 시작됐다. 당시 염색 공장 업주들이 모여 조합을 만들고 경기도에 산업단지 신청을 했다.
경기도와 연천군이 힘을 합쳐 국비 439억 원, 도비 39억 6000만 원, 군비 77억 6000만 원, 산업단지조합 43억 8000만 원 등 총 600억 원을 투입해 청산대전 일반산업단지를 정식으로 조성했다. 마을 주민들과 경찰들도 출입이 어려웠던 무허가 불법 공장 단지를 양성화 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
청산면 주민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불법 건축물들은 철거되고 그럴 듯한 공장들이 들어서며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이 철저히 감시되고 불법 소각을 하지 않는 깨끗한 산업단지가 될 거라고 믿었다.
국가나 군 차원의 산업단지가 아닌 개인이 모여 만든 조합의 산업단지이지만 양성화 작업에 많은 세금이 투입됐고, 불법으로 사용되던 상수도와 폐수처리도 연천군에서 지원을 하게 됐다.
하지만 믿음과는 달리 계속된 불법 소각으로 마을 주민들의 피해는 멈추지 않았다.
염색 공장들은 한때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하기도 했고, 질이 좋지 않은 소나무와 섬유를 포함한 각종 폐기물들을 소각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불법 폐기물 소각 혐의로 업체 대표 2명이 구속됐다.
이는 현재 SRF열병합발전소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황의혁 씨가 2014년부터 3년 동안 불법 폐기물을 배송하는 트럭을 쫓고 검은 매연들을 추적해 얻어낸 성과였다.
공장 관계자 2명이 구속된 2017년에 연천군과 김성원 의원(국민의힘)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마을 주민과 산업단지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재까지의 결과는 불법을 자행한 산업단지의 혜택은 늘어나고 피해를 입은 마을 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대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제외된 발전소 '유해 물질 배출 초과로 18번 적발'
이런 과정 중 주민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산업단지의 요구에 맞춰 스팀을 생산하는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이 조용히 진행됐다. 염색 공장들이 한창 불법 폐기물 소각을 하던 시기인 2015년에 이미 산업단지 입주 계약을 마쳤고, 경기도에 대기배출시설 설치 허가도 받았다. 2017년에는 SRF를 연료로 사용하는 전기사업 허가신청서를 산업통산자원부에 제출했고 허가를 받아냈다.
한 차례 사업자 교체를 했으며, 2020년 3월에는 작은 건물도 들어서게 됐다. 이때만 해도 주민들은 작은 창고나 공장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022년 5월이 되어서야 주민들은 해당 부지가 SRF열병합발전소라는 것을 인지했고 반대 시위를 시작하게 됐다.
산업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발전소 입주 계약을 한 2015년, 발전소가 완공을 앞둔 2022년까지 그 어떤 공청회나 사업설명회도 없었다.
SRF(Solid Refuse Fuel)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생활폐기물 등으로 만든 고체 재생연료이다. 한때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취급하며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을 권장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됐다. SRF열병합발전소는 산업단지에 입주한 공장들에게는 스팀과 전기를 제공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플라스틱을 태우며 각종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폐기물 소각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씨에스에너지㈜ 외에 이미 산업단지에 스팀을 제공하고 있는 또 다른 소각장이 있다. 이 소각장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유해 물질 배출 기준치를 초과해 18번이나 적발된 바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청산면 주민들은 30년 동안 산업단지에 속고 살아왔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되는 유해 물질 배출 시설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상태다.
◆발전소 설치 반대 시작, '기업의 괴롭힘'과 '지자체의 방관'
황의혁 SRF열병합발전소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발전소 설치 반대를 시작한 뒤 경찰서를 다녀왔다. SRF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씨에스에너지가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황 부위원장은 "발전소 반대를 시작한 뒤 법을 벗어난 행위를 한 적이 없다. 마을 주민들이 어렵게 모은 돈으로 현수막을 걸었고 씨에스에너지㈜를 비방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라며 "연천군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이 전부다. 발전소가 우리를 일부러 괴롭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황 부위원장에 따르면 작년 5월에 SRF열병합발전소라는 것을 인지를 했고 반대 활동을 시작했다. 9월이 되어서야 씨에스에너지 전원태 대표가 처음으로 만남을 요청해왔다. 전 대표는 미리 준비한 합의서를 내밀었고 마을 주민들은 이를 거절했다. 합의서에는 발전소 운영에 대해 어떠한 민원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전리 마을 100가구에 가구 당 300만 원을 일시 지급하고, 매년 1억 원을 10년간 100가구에 분할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서에 서명을 거절한 지 3주 만에 씨에스에너지는 대책위원회 김경수 위원장과 황의혁 부위원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황 부위원장은 씨에스에너지가 대책위원회를 고소한 사실을 연천군에 알렸고 군 관계자는 씨에스에너지와 협의를 해서 고소를 취하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황 부위원장은 경찰에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연천군 관계자는 검찰에 송치가 되면 씨에스에너지 측에서 고소를 취하해 주겠다고 했다며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일반적으로 고소 취하는 고소인이 신청하는 순간 취하가 가능하다. 검찰에 송치가 되면 고소를 취하해 주겠다는 연천군 관계자의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조사에 성실히 임한 김 위원장과 황 부위원장은 지난 12월 '죄가 안됨'으로 불송치 판결을 받았다.
황 부위원장은 고소 사건을 비롯해 다양한 사건으로 연천군 관계자들의 일 처리 능력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발전소가 시험 가동을 한 뒤 다수의 주민들이 두통을 호소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윤종영 경기도의원이 이 사실을 알고 경기도 환경공단 직원들을 대동하고 마을을 찾아 대기 상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황 부위원장은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환경공단 직원들에 따르면 이미 마을에 악취와 유해 물질을 추적할 수 있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계로 수집된 정보는 연천군 환경과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을 할 수 있는 상태인데 연천군 관계자는 단 한 번도 이런 내용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황 부위원장은 연천군에 측정된 수치 정보를 요청했고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수치가 발전소를 시험 가동을 하는 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지난 10월 발전소에서 연기가 심하게 피어올라 동영상을 촬영한 뒤 마을에 상주하고 있는 연천군 관계자에게 전달을 했고, 관계자는 경기도청에 신고를 했다고 황 부위원장에게 전달을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결과에 대한 연락이 없어 황 부위원장이 직접 경기도에 확인했고, 연천군에서 연락 온 적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
황 부위원장은 직접 해당 동영상을 경기도 관계자에게 보냈고 환경담당 직원이 현장에 나와 조사를 하고 갔다. 발전소는 유해 물질 배출로 과태료를 받았고 황 부위원장은 신고 포상금을 받았다. 현장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하는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연천군 관계자들이 마을에 상주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연천군의 일 처리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청산면 대전리 마을 근처에 가면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이 현수막들은 '환경 오염으로 피해가 심각하니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을 취소해달라', '연천군은 대책을 마련하라', '대통령님 법무부 장관님 도와주세요', '김성원 의원님 나서서 좀 도와주세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황 부위원장은 "욕을 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지만 연천군과 청산면 관계자들이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김성원 의원의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을 철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집회 신고도 제대로 하고 누구를 비방하는 현수막을 걸어놓지 않았다. 연천군은 마을 주민들의 안전보다는 높은 분들의 심기를 더 신경 쓰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수막 철거는 민원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현수막이 훼손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황 위원장은 50장의 현수막이 훼손돼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CCTV 3대가 설치된 장소라 경찰이 나서면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난 뒤 현장을 찾았다. 심지어 현장에 있던 CCTV 중 한 대는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 만에 사라진 상태다.
◆남탓하기 바쁜 정부부처-지자체 '책임은 나몰라라'
황 부위원장은 발전소 건립과 연관된 지자체와 정부부처들이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부위원장은 "경기도와 연천군, 산자부에 찾아가고 전화도 여러 차례 하며 발전소가 건립되는 과정이 제대로 진행된 것인지, 법에 맞는 것인지 확인을 했다. 모든 곳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이 허가가 나서 어쩔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도는 규정에 맞게 허가를 내줬다고 하고, 연천군도 허가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산자부 역시 지자체가 허가를 다 내준 상황인데 왜 우리한테 그걸 따지느냐며 역정을 내더라"라며 "마을 한가운데에 폐기물 소각장이 생기는 게 그렇게 간단한 일인지 몰랐다. 허가를 내주기 전에 관계자가 현장에 한 번만 나와서 확인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행정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 황 부위원장은 "김덕현 연천군수와 관계자들이 발전소 가동을 최대한 막아주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결국 발전소 가동을 허가해 줬고 주민들에게 일언반구도 없었다. 연천군이 허가해 준 사실을 권익위 관계자가 알려줘서 알았다"라며 "30년간 산업단지의 환경 오염 피해로 인해 암에 걸려 죽은 주민들도 많은데 연천군이 우리를 두 번 죽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황 부위원장은 "연천군 입장은 발전소 허가가 적법하고 유해 물질 배출도 기준치 미달이기 때문에 허가를 안 내줄 수도 없다.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900억 원의 소송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길 확률이 1%로도 안된다. 연천군 예산이 7000~8000억 원인 걸로 알고 있는데 10분의 1이 날아간다. 이 리스크를 누가 안겠냐?"라며 한숨을 쉬었다.
마을 주민들의 바람은 SRF열병합발전소 허가 취소와 철거이다.
현실적으로 철거가 어렵다면 천연가스 LNG로 연료를 바꾸는 것도 좋은 대안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마저도 안된다면 정부가 나서서 손해배상을 해주고 발전소를 철거 시키는 것을 원하고 있다.
황 부위원장은 "지자체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항이면 정부가 도와줄 수 있지 않나. 국회의원이 현 상황에 맞게 입법도 하고 조례도 좀 수정해서 주민들이 안전하게 살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김성원 의원과 경기도의원, 연천군의원들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도 제대로 나서주지 않는다"라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김성원 의원은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에 반대하는 지역주민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라며 "SRF열병합발전소의 인허가 권한은 지자체에 있지만, 주민 건강과 안전 보장을 위해 국회에서 정부 및 연천군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반대 대책위원회는 대통령을 비롯해 경기도지사, 법무부 장관, 국토부, 환경부, 감사원, 국방부, 국민의힘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진정서를 보냈다. 답장은 딱 한곳에서 왔다. 대통령에게 보낸 진정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첩했고 권익위에서 현장 조사를 나왔다.
권익위는 그 결과로 고형연료제품(SRF)은 생활폐기물, 폐합성섬유류, 폐타이어 따위를 가공하여 연료로 사용하는 고체 상태의 제품으로 이를 이용할 시 각종 대기오염 등에 인근 주민들이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으므로, 씨에스에너지를 포함하여 추가로 고형연료제품 사용을 신청하는 업체에 대하여는 '청산대전 일반산업단지 계획 승인 고시' 변경 등을 통해 산업단지 내 열 공급계획을 변경하여 청정연료(LNG 등)으로의 원료 전환을 통해 대기오염을 방지하고 향후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권익위의 심의 결과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일 뿐이라 현실적으로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SRF열병합발전소는 과연 안전한가, 전문가의 의견은?
SRF열병합발전소 반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SRF 소각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유해 물질이 얼마나 나오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단계에서 SRF 고체연료를 신재생에너지라는 친환경 이미지를 만들어 준 정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SRF를 잘 활용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폐기물을 활용해 고체연료를 생산하는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세분화되어 있다"라며 "선진국들은 비록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하지만 폐기물을 성상별로 분류해 고체연료를 생산한다. 이렇게 폐기물을 구분해 연료를 생산하면 각각에 맞는 유해 물질 추적이 가능해지고, 저감 장치를 표적에 맞춰 운영해 유해 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소각장 또는 발전소 조성도 주민친화적이고 깨끗하게 하고 있다.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굴뚝도 높게 설치해 공기 중에 희석이 잘 되게 하고 소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정보들도 투명하게 공개하며 주민들에게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한국의 상황은 외국과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비용 절감을 위해 폐기물을 성상별로 분류를 하지 않고 혼합으로 고체연료를 생산한다. 1차적으로 한국은 이런 정책이 가장 큰 문제다"라며 "다양한 성분이 혼합된 고체연료를 소각하다 보니 유해 물질 분석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유해 물질 배출 평균 수치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저감 장치를 정확하게 적용할 수가 없다. 유해 물질 배출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하면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의 정책은 매립하지 못하는 폐기물을 저비용으로 연료로 만들어 소각해 에너지를 얻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도로 시작됐다"라며 "산업단지의 SRF열병합발전소는 대부분 민간투자로 진행이 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비싼 연료보다는 싼 연료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에 맞춰 정부에서도 혼합으로 고체연료를 생산할 수 있게 조례를 만들어 놨고, 신재생에너지라는 보기 좋은 포장도 해줬다"라고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처럼 고품질의 고체연료를 생산하면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다"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폐기물 처리에 대한 저비용 우선 개념이 바뀌지 않는 이상 SRF소각장과 SRF열병합발전소는 운영을 하면 안 된다"라고 현재의 상황을 평가했다.
또 "세계적인 추세는 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등 생활폐기물들을 매립하지 않고 소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폐기물을 연료로 만드는 단계를 선진국처럼 효과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의도와는 달리 국민들이 많은 피해를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의 SRF열병합발전소는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자원순환 관련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어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 잘못된 정책은 비판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저질 고체연료의 생산 단계로 인한 문제점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국립환경과학원 등 다양한 기관의 보고서에서 이미 입증된 내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문제점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제도 정비와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행된 여러 사업들에 대한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들의 건강을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30년간 산업단지의 폐기물 소각으로 고통을 받은 연천군 청산면 주민들, 그 배경을 알고 나면 그 누구도 SRF열병합발전소 설치 반대를 '님비 현상(Not In My Back Yard)'으로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산업단지는 각종 혜택과 지원을 받으며 마을을 병들게 하고 승승장구 했지만, 정부와 지자체 그 누구도 죽어가는 주민들을 돌봐주지 않고 있다.
합법적인 선량한 국민은 외면받고, 불법을 일삼았던 기업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금 연천군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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