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조소현 기자] 12월의 첫날인 1일 오후 5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하권 차가운 날씨에도 두꺼운 외투를 입고 나온 손님들로 가득했다. 제철을 맞은 방어회를 사러 온 시민들부터 해산물을 구경하는 외국인까지 다양했다.
시장 내 많은 점포 중 국내산 수산물을 파는 곳은 유독 북적였다. 상인들은 가격을 묻거나 흥정하는 손님들에게 연신 '국내산'을 강조했다. 일본산 가리비, 참돔 등을 주로 판매하는 점포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수조를 한참 구경하던 한 손님은 '일본산'을 확인하더니 발길을 돌렸다.
시장에는 가리비와 참돔을 비롯해 줄돔, 능성어 등 일본산 수산물을 파는 점포가 적지 않았다. 원산지 표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국내산과는 다르게 일본산 원산지 표시판은 눈에 띄지 않는 아래쪽에 붙여놓은 점포가 많았기 때문이다.
상인 안정자(78) 씨는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고 푸념했다. 그래서인지 시장 곳곳에선 '싱싱한 국내산'을 외치거나 '목포', '제주' 등 국내 지명을 크게 강조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류 영향 상관없이 아무리 싸도 일본산은 안 먹어"
지난 8월24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100일을 맞은 이날 수산시장을 방문한 시민들은 아무래도 국내산을 찾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염수 방류의 영향이 크지 않아 수산물은 먹지만, 일본산은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횟감이 가득 든 검은봉지를 들고 구경하던 배모(42) 씨는 "아직까지는 방류 영향이 크지 않을 것 같아 해산물을 먹고 있다"면서도 "원산지 표시에 일본이라고 적힌 건 절대 피한다"고 말했다. 강연경(37) 씨도 "국내산이라고 적혀 있는 원산지 표시를 믿고 먹고 있으며 일본산은 아무리 싸도 안 산다"고 전했다.
일본산 기피 현상은 횟집에서도 나타났다. 평소 횟집을 자주 찾는다는 이언지(29) 씨는 "회를 먹을 때 약간 불안하지만 먹고는 있다"며 "일본산이라면 안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나연(29) 씨 역시 "횟집을 방문할 때 원산지를 보게 됐다"며 "한 번도 일본산을 본 적이 없으나 일본산이라면 먹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님 불안 해소 위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까지
심지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까지 등장했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진구의 한 초밥집. 직원 A 씨가 조그마한 측정기를 들고 손님을 맞았다.
A 씨가 연어와 참치, 돔 등에 측정기를 갖다 대자 0.13μ㏜/h(마이크로시버트)라는 수치가 떴다. 일상생활 속 자연 방사선 수치 범위(0.1~0.3μ㏜/h)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손님은 마음을 놓는 기색이었다.
이 초밥집은 오염수 방류 이후 방사능 측정기를 마련했다. 불안해하는 손님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A 씨는 "사실 수산물에 갖다 대지 않아도 방사능 물질이 근방에만 있으면 측정기가 울린다"며 "손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가까이 대고 측정한다"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매일 수산물이 입고될 때마다 방사능 측정기를 사용하고 있다. 손님들이 방문하면 한 번 더 방사능을 측정하는 셈이다.
초밥집 셰프 B 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에 손님들이 워낙 걱정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8월24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3차 방류까지 총 2만3400톤의 오염수를 처분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8개 현의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 이후 국내산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2023 수산대전'을 열고 상품권 환급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수산시장 곳곳에서도 '우리바다, 우리식탁 안전합니다'라고 적힌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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