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 초심 되찾고 싶어요"…몽골 봉사활동 나선 서울 청년들


서울시, 청년 해외봉사단 40명 선발
현지 교육 관련 기관서 3달간 활동…교재 제작·수업

서울시 청년 해외봉사단 40명이 이달 중순부터 3개월 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교육 봉사활동을 펼친다. 사전교육을 위한 합숙에 참여한 단원들 모습. /서울시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간호대를 나와 대학병원에 입사해서 응급실 최전선인 응급환자 분류 간호사로 근무했어요. 환자의 중증, 긴급도를 측정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인데, 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섬김'의 초심을 잃고 일로서만 대하는 자신을 발견했어요. 봉사와 섬김의 가치를 잃었다는 생각에 삶의 방향까지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뜨거웠던 봉사의 열정을 되살려 몽골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선행의 가치를 실천하고 싶어요"

서울시 청년 해외봉사단 일원으로 몽골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간호사 이진솔(여·27) 씨의 지원동기다.

4일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에 따르면 다양한 출신의 서울 거주 청년 40명은 이달 중순부터 내년 3월까지 약 3개월 간 몽골 울란바토르의 교육 관련 기관에서 해외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청년에게 국제개발협력 해외봉사 경험을 제공하고,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서울과 우호협력 관계를 증진한다는 취지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만 19~39세 서울 거주 청년 4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출국에 앞서 약 3주 간 합숙과 온라인강의 등을 통해 국제개발협력, 기후위기 등 국제적 이슈부터 성인지 감수성과 청렴실천교육 등 봉사활동을 위한 마음가짐, 테러 및 범죄피해 예방교육과 응급처치술 등 돌발상황 대처법까지 33개 과목을 수강한다. 이후 현지의 60번 종합학교, 몽골 민족대학교, 몽골 국제대학교, 칭길테구청 교육과, 23번 종합학교에서 활동하게 된다.

서울시 청년 해외봉사단 40명이 이달 중순부터 3개월 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교육 봉사활동을 펼친다. 사전교육을 위한 합숙에 참여한 단원들 모습. /서울시

이번 봉사단에는 다양한 배경의 청년들이 가지각색 동기로 지원했다. 최종학력은 고교 휴학·졸업부터 대학원까지, 직업도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직장인, 프리랜서 등 제각각이다. 특히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을 반영해 25%는 취약청년 중에서 선발했고, 43%는 자원봉사 우수자, 서울런 멘토단 등 시정기여자 중에서 뽑았다.

이진솔 씨는 칭길테구청 교육과에서 활동을 펼치게 됐다. 이곳 도심 외곽지역에는 취약계층 밀집지역이 형성돼 있으며, 주민들은 교육 기회가 제한되고 쓰레기배출은 늘어나는데 분리수거는 이뤄지지 않는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놓여 있다. 이곳 담당부서와 협업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아동인권, 생존권 등 주제의 교재를 만들고, 4개 학교에 파견돼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사범대학에 재학 중인 김준한(남·22) 씨는 지역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교육봉사를 했던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는 다른 문화권의 교육현장을 경험하고 학생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현지에서는 몽골 국제대학교 사범대 학생들과 함께 고학년 대상 환경교육 교재를 제작하고, 부속 종합학교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서울시 청년 해외봉사단 40명이 이달 중순부터 3개월 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교육 봉사활동을 펼친다. 사전교육을 위한 합숙에 참여한 단원들 모습. /서울시

몽골어·영어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원에 진학한 고정은(여·25) 씨는 봉사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 지원했다고 한다. "봉사를 하면서 느꼈던 기쁨은 다른 행위에서 얻어지는 즐거움과는 상당히 달랐다. 상이나 점수처럼 바깥에서 오는 보상도 아니었고, 여러 사람에게 주목받는 갈망의 대상이 되는 기쁨도 아니었으며, 다만 사람들과 잠시 경계를 잊어버리고 소통하는 행복이었다"고 떠올렸다.

고씨는 23번 종합학교에서 에코클럽 학생들과 함께 최근 몽골 학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폭력, 학생인권, 개인정보보호 등과 관련한 교재를 만들 예정이다. 현지 한국어수업 수강생을 대상으로 수업도 한다.

최예원(여·22) 씨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국제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전문가가 돼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꿈이다. 개발도상국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교육권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해외봉사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에 지원했다. 이진솔 씨와 같이 칭길테구청 교육과에서 봉사한다.

최씨는 "교육봉사를 통해 제가 누려온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많은 이들이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hone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