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 씨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26) 씨가 구속 기소됐다. 전 씨는 재벌 3세인 것처럼 속이고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남성 행세를 하며 약 30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전 씨의 경호원 역할을 한 A(26)씨도 구속 상태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은 29일 전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도 적용했다. 전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경호원 A씨도 사기 혐의로 함께 구속 기소됐다.
전 씨는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재벌들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라고 속여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금 등 명목으로 22명으로부터 27억2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같은 수법으로 5명으로부터 3억58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씨는 유명 기업 대표이사 명의의 용역계약서를 위조하는 등 유명 기업인의 숨겨진 후계자, 미국 나스닥 상장사 대주주로 행세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행세를 하기 위해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 주민등록증도 위조해 사용했다.
전 씨는 다양한 방법으로 재벌 3세를 사칭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외국 유명 의과대학을 졸업한 것처럼 학력을 속였으며, 어색한 발음을 사용하며 미국 교포 행세를 했다. 서울 잠실 시그니엘을 월세 3500만원에 3개월 단기 임차해 피해자들을 초대했으며, 슈퍼카 여러 대를 임차해 피해자들을 태웠다. 1인당 월급 1500만원을 주고 경호원 4~5명도 상시 대동하고 다녔다.
성별을 바꿔가며 맞춤형 사기 행각도 벌였다. 전 씨는 위조한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남성 행세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즉석 만남앱’을 통해 결혼을 원하는 부유한 20대 여성 행세를 하며 임신과 결혼 비용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냈다.
피해자들은 전 씨가 재테크 강의를 빙자해 모집한 수강생, 남 씨가 운영하는 펜싱학원 학부모 등이었다. 대부분 20~30대 사회초년생들이었다.
A씨는 전 씨의 경호원 행세를 하며 전 씨 범죄수익을 관리하고 2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죄수익금 중 약 21억원을 자신 명의 계좌로 송금받아 관리했다. 전 씨가 고급 레지던스와 슈퍼카를 빌리는데도 명의를 제공해줬다.
남 씨의 공범 의혹은 현재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남 씨는 전 씨의 범행을 몰랐다며 사기 공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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