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검찰이 한국타이어 관련 공사를 특정 건설사가 잇따라 수주한 배경을 두고 조현범 회장과 건설사 실소유주 간 친분관계에 따른 게 아니냐고 캐물었다. 증인으로 나온 한국타이어 직원은 "우리 회사는 친분으로 발주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3일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18차 공판을 열었다.

조 회장은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장 대표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 등으로 지난 7월19일 추가 기소된 바 있다.

우암건설은 지난 2013년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 3차 증설 공사, 2014년 연구개발센터 '테크노돔' 공사 등 한국타이어 관련 공사를 잇따라 수주하며 사세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암건설의 한국타이어 관련 공사 '연속 수주' 배경으로 조 회장과 장 대표 사이 친분관계를 의심했다. 조 회장과 장 대표가 같은 모임 소속인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검찰이 "우암건설이 지속적으로 공사에 참여한 것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조 회장과의 친분 때문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지 않았냐"고 묻자 한국타이어 건설업무 담당 팀장 A씨는 "한국타이어는 친분으로 발주하는 회사가 아니다. 입찰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암건설이 시공 능력이 충분한지도 쟁점이 됐다. 검찰은 "우암건설은 2014년 테크노돔 공사 당시 단독 공사하지 않고 다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데 이어 공사가 아닌 '공무' 업무만 수행했다"며 "우암건설 측에선 공무직원 한 명만 보내는 등 실제 공사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의아하게 생각한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이에 A씨는 "공무 역할은 현장 살림"이라며 "우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단독으로 시공한 공사들도 있었다"고 답했다.

우암건설 공사비 증액에 조 회장이 관여했는지를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검찰은 지난 2020년 한국타이어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리모델링 공사 계약 과정에서 우암건설이 기존 계약금액인 220억원보다 약 63억원의 공사비를 증액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문제삼았다.

한국타이어는 공사비 증액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이듬해 7월 우암건설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조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공사대금을 증액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검찰이 "우암건설이 63억원 증액을 요구했을 때 한국타이어 실무진들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A씨는 "수차례 실무진 협의와 경영진 보고를 통해 금액을 조율해 263억원으로 정산을 합의했다. 조 회장에게 증액 관련 보고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5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하고 2014년 2월~2017년 12월 MKT에서 약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27일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3월 현대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악화를 알면서도 사적 친분으로 담보 없이 MKT 자금 50억 원을 빌려준 혐의도 있다.

지난 2020년 개인 자택 가구비 약 2억6000만원을 한국타이어 신사옥 가구 대금에 같이 포함시켜 회삿돈으로 지출한 혐의, 같은해 8월 자택 이사비 1200만원을 해외 파견 주재 직원들의 이사비용에 같이 포함시켜 회삿돈으로 지출한 혐의, 고가 외제차를 회삿돈으로 구입·리스해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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