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2명 살해 혐의' 요양병원장 영장 기각…경찰 수사 난항


경찰, 고의성 입증에 주력

서울 모 요양병원장의 환자 2명 살인 혐의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원장이 홀로 진료한 이후 30여분 만에 환자가 숨졌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고의성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환자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모 요양병원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법원이 "범죄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도 부담이다. 경찰은 "원장이 홀로 진료한 이후 30여분 만에 환자가 숨졌다"는 진술을 토대로 살인 혐의 고의성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서울 모 요양병원장 A(45) 씨가 간호사 등을 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혼자 진료를 보고 나온 뒤 30여분 만에 환자들이 사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씨가 의도를 갖고 환자들을 숨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병원 관계자들의 녹취록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지난 2015년 9월과 11월 고위험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염화칼륨(KCl) 원액을 투입해 60대 남성과 80대 여성 등 결핵환자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첩보를 입수해 지난 7월부터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병원 관계자들 진술과 환자 주치의 진술 및 진료기록부, 전문기관 소견 등을 검토해 이 씨가 고의로 환자 2명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환자들이 고령이기는 하나 의료행위 중 과실로 숨질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사망 시점에서 수년이 경과해 직접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실행 행위 자체에 직접 증거가 부족해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고 사유를 밝혔다. /더팩트DB

이 씨가 염화칼륨 원액을 사용한 것도 경찰이 의도적 살인을 의심하는 이유 중 하나다. 희석하지 않은 염화칼륨을 사용하면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염화칼륨을 사형 집행 시 사용하고 있다.

다만 환자 사망 후 부검을 하지않아 정확한 사인은 규명이 어려운 상태다.

병원의 경제적 상황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병원은 금전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여러 환자를 받았고, 이 중 결핵환자도 포함됐다. 그러나 당시 메르스(MERS)가 유행하면서 결핵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거나 전염될 경우 병원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판단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에 경찰은 이례적으로 환자의 사망과 관련해 의사에게 과실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이 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면서 경찰은 살인 혐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이 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등 확보한 증거를 보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4일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사망 시점에서 수년이 경과해 직접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실행 행위 자체에 직접 증거가 부족해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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