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개인 이익 염두에 둔 적 없어…책임있다면 모두 제 몫"


변호인 "합병 발표 후 주식 15% ↑"
검찰, 징역 5년 구형 "주주 권한 남용"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합병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그럼에도 처벌받아야 한다면 자신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합병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면서도 처벌받아야 한다면 자신의 몫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회장 등 14명의 결심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합병은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또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회사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관여했다고 본다. 합병 비율에 따라 약 4조 원의 차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산해 이 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 이재용 "온전히 앞에 나아가는 데 집중하게 기회달라"

이 회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 그 한가운데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생성형 AI기술이 반도체시장은 물론 전 세계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등 상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혁신이 이뤄졌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사전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오래전부터 사업에 선택과 집중, 신사업 신기술 투자, M&A를 통한 모자란 부분,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며 "이를 통해 회사가 잘 돼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 국민여러분께 사랑받는 게 저의 목표다.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에 대해서 선처를 호소했다. 이 회장은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한다"며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시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서예원 기자

◆ 변호인 "삼성물산 주가 15%…주주 이익 위한 합병"

앞서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해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합병 발표 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15%나 급등했다. 장기적 시너지에 대한 시장 기대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합병 발표 전에 삼성물산은 전망이 좋지 않아 기관투자자들인 순매도하는 주식 1위였으나 발표 후 거꾸로 순매수 1위가 됐다. 합병이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검사의 말처럼 이 사건 본질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면 합병 이후 의견이 어떻겠느냐"며 "합병 이후 시장은 2018년, 2019년, 2020년 모두 좋은 평가를 보였고, 더 좋은 회사가 됐다는 것이 확실하다. 검사 주장처럼 일반 투자자들을 왜곡한 사건이라면 이런 반응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 측은 "피고인들은 우리나라 삼성이 있기까지 기여를 한 경영진, 기업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허울이 있어도 넘어가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시장경제 최일선에 있는, 기업에서 지금도 열심히 뛰고 있는 피고인들이 이 사안이 기업의 존립 기반인 자본시장을 훼손한 사건인지 엄정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전 검찰은 1시간 40분 동안 구형 의견을 밝히고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를 빼앗아서 자신의 주가를 높인 상황에서 결정된 합병 비율"이라며 "합병 비율을 그대로 받아들인 건 명백한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에서는 우리 사회가 시장지배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경제 민주화를 지향한다고 선언한다"며 "자본시장법은 헌법 정신을 구체화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는데 피고인들은 총수의 사익을 위해 주주의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 비대칭을 악용,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4년 6개월과 벌금 5억 원, 이왕익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는 징역 4년과 벌금 3억 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 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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