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재왕' 한국타이어, 지난해 산재 460명…2년 새 '111% 급증' (탐사이다)


'죽음의 공장' 오명 여전, 5년 연속 산재 증가
8년 8개월간 산재 신청 2049건, 사망은 13명
하루 한 명 이상 다치거나 질병 얻어

산업재해(산재)로 항상 뉴스에 오르내리는 건설사와 달리 타이어 업계는 '산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타이어 회사는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으로 산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지만, 타 산업군 산재 그늘에 가려 방치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어느 정도의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지 공개된 데이터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팩트>는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타이어 회사의 산재 현황을 자세히 공개하고 감시하는 '산재 보고서'를 통해 '산업재해 줄이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한국타이어의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은 지워지지 않았다. 15년 전, 십 수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산재)로 집단 사망한 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는 중대재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산재 승인은 사상 최고치인 460건을 기록했다. /김영봉 기자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한국타이어의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15년 전, 십 수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산재)로 집단 사망한 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는 중대재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지난해 산재 승인은 사상 최고치인 460건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한국타이어 산재는 2017년 후 5년 연속 증가하며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가 2021년 4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안전보건경영 선포식’을 열고 생산 현장의 안전 최우선 결의까지 했지만 ‘무용지물’에 불과했다는 지적입니다.

문제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을 수 없다"고 성토하고 전문가들도 한국타이어 산재 심각성에 경고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타이어는 산재 사고를 축소하기 급급했다는 점입니다.

<더팩트>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의 8년 8개월간(2015년~2023년 8월까지)의 산업재해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한국타이어(대표이사 이수일)의 산재 신청이 2049건(승인 1884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산재현황. /김영봉 기자

14일 <더팩트>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의 8년 8개월간(2015년~2023년 8월까지)의 산업재해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한국타이어(대표이사 이수일)의 산재 신청이 2049건(승인 1884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중 지난해 산재 신청만 497건, 승인은 460건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0년(승인 217건)과 비교하면 2년 새 111%나 급증한 수치입니다.

해당 기간 사망한 한국타이어 노동자는 확인된 것만 13명(6명 산재 승인), 매년 한 명 이상이 일하다 목숨을 잃는 비극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산재가 승인된 사망자들은 직업성 암을 포함해 독성감염, 뇌심혈관질환, 골절 등으로 숨을 거두었고, 올해 7월 12일에도 50대 노동자가 출근했다 기계에 끼여 결국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더팩트>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의 8년 8개월간(2015년~2023년 8월까지)의 산업재해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한국타이어 산재는 지난 2017년 이후 5년 연속 증가했다. /그래픽=김영봉 기자

◆안전경영 선포 무용지물…산재는 오히려 '급증'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1년 4월 6일 대전 및 금산공장에서 안전보건 서약식을 갖고, 관련 경영방침 및 전략 등 시스템을 강화해 안전보건 경영을 한층 향상시킬 것을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현재, 한국타이어 산재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한국타이어의 산재 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82건(승인 71건)에서 △2016년, 168건(153건)으로 증가하다 △2017년, 110건(102건)으로 다시 감소했는데요. 그러나 △2018년, 132건(126건)으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19년, 207건(193건) △2020년, 225건(217건) △2021년, 323건(300건) △2022년, 497건(460건)으로 5년 연속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8월까지 305건(262건)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4월 안전경영 결의 후만 따져봐도 산재가 오히려 두 배 이상 급증한 겁니다. 이틀에 한 번 산재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나온지 2년 만에 하루에 한 명 이상의 노동자가 공장에서 다치고 질병을 얻고 있는 것이 한국타이어의 참혹한 현실입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사고의 위험을 수차례 제기를 해도 감감무소식인 사업장,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사업장, 이게 바로 한국타이어 공장의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타이어 인너교체 작업 중인 노동자.대전공장 내부 시설이 노후화 되어 있고, 노동자는 무거운 자재를 들고 있다. /독자 제공

◆ 줄어들지 않는 산재…"강한 노동강도와 설비 노후화가 원인"

사측의 안전경영 결의에도 산재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한국타이어지회는 산재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 △과도한 생산량 △강한 노동강도 △설비시설 노후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어깨 회전근이 부분파열 돼 산재가 인정된 송석규 한국타이어지회 기획실장은 취재진과 만나 "한국타이어가 노동력을 최대한 동원해 이익을 뽑아내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라며 "현장 노동강도가 굉장히 세고, 설비도 노후화돼 그만큼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많은 생산량으로 인해 쉬는 시간이나 여유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1월 어깨 회전근이 부분파열 돼 산재가 인정된 송석규 한국타이어지회 기획실장은 대전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타이어 산재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봉 기자

예컨대 회사의 설비시설은 노후화돼 있는데, 생산량은 많고, 이 생산량을 채우기 위해 노동자들이 혹사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 사측의 안전 경영 결의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 혹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회사가 공장의 안전문제에 대해 잘 아는 노동자와 소통하기 보다는 외부업체에 맡겨놓고 개선하고 있다는 겁니다.

송 실장은 "회사의 안전 경영은 2017년, 2019년 사망사고 때도 그랬고, 800억원을 투자해서 안전 개선에 신경 쓰겠다고 계속 발표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회사가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과 소통해서 같이 (안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외부업체에 맡겨놓고, 아무 곳이나 안전시설을 설치했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예를 들면 금산공장의 경우 외부업체를 통해 안전 장비를 설치했지만, 장비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예 (안전장치를)꺼놓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팩트>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의 8년 8개월간(2015년~2023년 8월까지)의 산업재해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한국타이어(대표이사 이수일)의 산재 신청이 2049건(승인 1884건)으로 가장 많았다. /표 작성=김영봉 기자

◆ 질병보다 사고가 많은데 사측은 "사고성 산재 미미, 경미해" 축소 시도

<더팩트>는 한국타이어 산재현황을 받아보고 심각성을 느끼며, 사측에 산재 증가 원인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다만 <더팩트>가 입수한 산재의 정확한 수치는 사측에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한국타이어 측은 "산재가 많이 발생하고, 매년 증가하고 있는가를 단순 수치상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산재의 유형별 분석과 동일인의 반복 신청, 승인 등 분석이 필요하다"며 "당사 산재의 대부분은 근골격계 산재이며, 사고성 산재는 미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사고성 산재의 경우에도 단순 넘어짐, 부딪힘 등 경미한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타이어 산재 사고 현황(2015년~2023년 월까지). 사고성 재해는 뼈가 부러지는 △골절이 242건(24.1%)으로 가장 많았고 △파열·열상이 219건(21.8%) △삐임은 212건(21.1%)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래픽=김영봉 기자

그러나 <더팩트>가 입수한 산재 현황을 보면 사측이 주장하는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산재 유형을 보면 질병으로 분류되는 근골격계(근골) 산재 보다는 '사고성 산재'가 더 많았습니다.

예컨대 지난 8년 8개월간 사고성 산재가 1006건으로 질병(878건)보다 128건이 더 많은 겁니다. 사고 산재 중에는 뼈가 부러지는 △골절이 242건(24.1%)으로 가장 많았고 △파열·열상이 219건(21.8%) △삐임은 212건(21.1%)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즉 사측이 밝힌 미미한 사고나 경미한 사고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이는 한국타이어가 사고성 산재를 축소하려는 의도나 산재의 심각성 혹은 사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지난 2008년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사건 당시 역학조사 자문의사로 활동했던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우선 한국타이어의 사고성 재해가 굉장히 많다. 이것은 참 문제라며 한국타이어 같은 큰 회사에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혁 원장

◆ "사고성 재해는 굉장히 원시적 재해" 전문가의 일침

"한국타이어 같은 큰 회사에서 사고성 재해가 많은 것은 큰 문제입니다. 사고성 재해는 굉장히 원시적이고 후진적인 재해입니다."(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한국타이어 산재현황을 받아본 전문가는 사고성 재해가 많은 것에 주목하며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타이어 같은 큰 기업에서 사고성 재해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데, 실상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업계 1위이자, 세계에서는 7위입니다.

지난 2008년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사건 당시 역학조사 자문의사로 활동했던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우선 한국타이어의 사고성 재해가 굉장히 많다. 이것은 참 문제"라며 "한국타이어 같은 큰 회사에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임 원장은 "두 번째는 타이어가 굉장히 무거워 근골격계질환이 되게 많다"며 "이것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타이어 산재 심각성에 사업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봉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타이어 산재 심각성에 사업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수진 의원은 "15년 전 노동자 10여명이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산재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그 계기로 ‘죽음의 공장’이라고 시민들께서 인식하고 계신다"며 "그 후 공장에서 870억원 가까이 재해 예방을 위해 예산을 투입했지만, 끊임없이 산재 사고가, 사망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의원은 "그렇게 예산을 투입해도 이런 산재가 발생하는 것은 이 위험한 환경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또 공정속도, 노동강도, 노동시간 이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사업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물론 회사의 이익도 중요하다. 하지만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진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경. /김영봉 기자

한국타이어의 이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회사가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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