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마음이 편해요. 눈은 안 보이지만 염색약도 좋은 걸 쓰는 게 느껴져요."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김홍숙(70) 씨는 노원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에 5번째 방문했다.
구는 지난해 9월 전국 최초 장애인 친화 미용실의 문을 열었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동 리프트, 자동문 출입구, 점자 블록, 고강도 바닥 자재, 전동휠체어 충전소, 기저귀 교환 탈의실 등 맞춤형 무장애 시설을 갖췄다. 별도로 장소를 이동할 필요 없이 한자리에서 파마, 염색, 커트부터 샴푸까지 할 수 있다.
김 씨는 이날 염색을 하러 왔다. 이곳을 알기 전 일반 미용실에서는 불편한 일들을 여러 번 겪었다. 민감한 질문을 던지거나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것도 느껴졌다. 그래서 도우미들이 집에서 염색을 해주곤 했다.
그는 "미용실 가는 게 두려워서 그랬다. 솔직히 말해서 불편했다"며 "머리 감게 저기(샴푸실)로 가라고 하면 더듬거리며 갔는데, 그럴 때마다 (손님들이) '저 아줌마 (앞이) 안 보이나보다'라고 하는 게 싫었다"고 떠올렸다.
이제는 머리를 하고 나면 주변에서 예쁘다고 칭찬해준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부러워 한단다.
가격도 착하다. 요금은 시중가의 60% 수준. 취약계층에게는 반값 할인해준다. 장애인들에게 인기 만점이라 예약이 전쟁이다.
그는 "다음엔 파마를 하고 싶은데 취소 자리가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라며 "예약이 연말까지 꽉 차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메만지던 정지혜(35) 미용사는 미용 경력뿐만 아니라 복지사 자격증도 갖췄다. 평상시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염색하는 1시간 내내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정 씨는 "고객님들이 너무 좋아해주시고 감사해 하시는 마음이 진심으로 와닿기 때문에 더 잘 해드리고 싶다"며 "이 일은 저에게 너무나 값지고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구는 이달 30일 공릉동에서 장애인 친화 미용실 2호점 운영을 시작한다.
노원구 관계자는 "원스톱으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고 큰 미용실의 실장급 미용사를 채용한 만큼 실력도 좋고 친절해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며 "예약이 3달치가 밀려있다 보니 2호점도 빨리 내달라는 요구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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