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약해도 석달 뒤…진심을 나누는 '행복한 미용실'


노원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 가보니
"편견 없고 친절해서 좋아"…미용사도 자부심 가득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김홍숙(70) 씨가 6일 노원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에서 염색 시술을 받는 모습. /김해인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마음이 편해요. 눈은 안 보이지만 염색약도 좋은 걸 쓰는 게 느껴져요."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김홍숙(70) 씨는 노원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에 5번째 방문했다.

구는 지난해 9월 전국 최초 장애인 친화 미용실의 문을 열었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동 리프트, 자동문 출입구, 점자 블록, 고강도 바닥 자재, 전동휠체어 충전소, 기저귀 교환 탈의실 등 맞춤형 무장애 시설을 갖췄다. 별도로 장소를 이동할 필요 없이 한자리에서 파마, 염색, 커트부터 샴푸까지 할 수 있다.

김 씨는 이날 염색을 하러 왔다. 이곳을 알기 전 일반 미용실에서는 불편한 일들을 여러 번 겪었다. 민감한 질문을 던지거나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것도 느껴졌다. 그래서 도우미들이 집에서 염색을 해주곤 했다.

그는 "미용실 가는 게 두려워서 그랬다. 솔직히 말해서 불편했다"며 "머리 감게 저기(샴푸실)로 가라고 하면 더듬거리며 갔는데, 그럴 때마다 (손님들이) '저 아줌마 (앞이) 안 보이나보다'라고 하는 게 싫었다"고 떠올렸다.

이제는 머리를 하고 나면 주변에서 예쁘다고 칭찬해준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부러워 한단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김홍숙(70) 씨가 6일 노원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에서 염색 시술 중 샴푸를 하고 있다. 자리를 이동할 필요 없이 한 곳에서 모든 시술이 이뤄졌다. /김해인 기자

가격도 착하다. 요금은 시중가의 60% 수준. 취약계층에게는 반값 할인해준다. 장애인들에게 인기 만점이라 예약이 전쟁이다.

그는 "다음엔 파마를 하고 싶은데 취소 자리가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라며 "예약이 연말까지 꽉 차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메만지던 정지혜(35) 미용사는 미용 경력뿐만 아니라 복지사 자격증도 갖췄다. 평상시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염색하는 1시간 내내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정 씨는 "고객님들이 너무 좋아해주시고 감사해 하시는 마음이 진심으로 와닿기 때문에 더 잘 해드리고 싶다"며 "이 일은 저에게 너무나 값지고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구는 이달 30일 공릉동에서 장애인 친화 미용실 2호점 운영을 시작한다.

노원구 관계자는 "원스톱으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고 큰 미용실의 실장급 미용사를 채용한 만큼 실력도 좋고 친절해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며 "예약이 3달치가 밀려있다 보니 2호점도 빨리 내달라는 요구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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