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대법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3등급 피해자도 배상해야"


원고 김모 씨, 2014년 폐손상 3등급 판정
손배소 1심 패소…2심은 "설계상 결함" 인정

지난 2021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판매기업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유가족들이 피해자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대법원이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와 판매사가 폐질환 인과관계가 약한 3등급 피해자들에게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일 2007~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용 뒤 지난 2013년 폐질환 진단을 받은 김모 씨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김 씨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제조·판매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민사소송 중 첫 상고심 사건 판결"이라며 "원고가 '가능성 낮음' 3단계 판정을 받은 질병관리본부 조사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질환 가능성을 판정한 것일 뿐이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 및 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구체적인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는 조사 결과 김 씨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 가능성이 낮다는 폐손상 3등급 판정을 내렸다. 3등급 피해자는 정부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되자 이듬해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주성분인 PHMG 입자는 크기가 매우 작아 폐포 깊숙이 들어가 침착하는데도 '안전한 성분을 사용했다'라고 기재했다"며 설계·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제정되면서 김 씨가 2018년부터 매달 97만 원의 구제급여를 받는 점을 고려해 손해 배상액을 500만 원으로 정한 바 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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